<코스모스> 8장
공간과 시간은 서로 얽혀 있다
<코스모스> 8장의 주제입니다.
이것은 지난 2년 동안 나의 큰 관심사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간에 대해서요. 시간을 특정 시점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열심히 했더랬죠. 하지만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고,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겁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머릿속으로 실험한 끝에 그 유명한 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을 생각해 냈습니다. 일명 '사고 실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상 행위는 어디까지가 '사고 실험'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일까요? 왜 아인슈타인의 상상은 실험이고, 나의 상상은 망상일까요? 머릿속에서 행한 일련의 생각들이 수학적 사고로 검증되고 과학적 방법으로 사실 확인이 될 때 그것은 사고 실험이라고 불릴만한 자격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사실 확인이란, 과학에서 진리라고 인정하는 그런 깊은 수준에서 검증된 사실이라는 뜻이다."라고요.
하지만 엉뚱한 망상이 현실화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은 1865년에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인류가 달에 갔다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 시대에 그런 생각은 충분히 '망상적'입니다만, 이 시대에는 절대 그렇게 간주되지 않죠. 그래서 어쩌면 망상도 사고 실험과 먼 친척뻘은 되지 않을까요? 여담은 여기까지 하고요, 이제 8장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하늘의 별들을 보며 이리저리 이어서 여러 가지 모양을 상상합니다. 별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북두칠성을 보고 국자를 떠올리는 식이죠. 하지만 별들은 우리의 상상과 상관없이 그저 우주에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지구에서 별들까지의 거리는 워낙 멀어서 밤하늘의 별자리는 우리가 중앙아시아에 있든 미국 대륙에 있든 동일하게 보입니다. 우리가 지구에 위치하는 한, 별들의 실제적인 3차원적 분포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에 별들의 3차원 분포 정보를 입력하면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별자리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1. 이것은 우리가 보는 북두칠성입니다.
2. 이것은 지구 반대쪽에서 바라본 북두칠성의 모습이고요.
3. 이것은 북두칠성을 측면에서 본 것입니다.
4. 이것은 100만 년 전 지구에서 본 모습이며,
5. 이것은 50만 년 전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들로 알 수 있는 사실은 별자리의 모양이 공간적으로만 변하는 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바뀐다는 것입니다. 별들은 무리 지어 함께 움직이고, 때로는 특정 별이 훨씬 빨리 움직이기도 하며, 다른 별자리로 편입되기도 합니다. 또한 별들은 사람처럼 태어나고 성장해서 죽습니다.
컴퓨터에서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진행시킨다면,
오리온자리의 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모습은
마치 밤의 반딧불과 같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공간과 시간은 서로 얽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어떤 천체를 볼 때 우리는 시간적으로 그 천체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자리의 M31까지는 200만 광년이나 되어서, 지금 우리가 보는 M31의 빛은 지구에 인류가 출현하기 전의 것이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칼 세이건이 이 책을 썼던 1980년까지) 지구에서 발사된 물체들 중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은 보이저 우주선으로서, 광속의 약 1만 분의 1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속도로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까지 가는 데에도 4만 년이 걸립니다. 비록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만약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를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가 빛의 파동에서 그 마루에 타고 있다는 뜻이 되는데, 이렇게 우리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게 되면 매우 모순적인 문제들이 생깁니다.
한 예가 빛의 동시성 패러독스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우리가 지나친 뒤의 물체들이 우리 앞쪽에 나타나서 모든 것이 마치 동그란 작은 창처럼 우리 앞에 머물러 있는 모습으로 보이게 됩니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죠. 다른 예는, 시간 지연 즉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현상입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런 현상들을 예측했고, 이 예측들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이 현상들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나와 (그런 나를 보는) 관찰자 사이에 상대 운동이 있을 때 보게 되는 것이며, 시각적 환상이 아니라 실제 현상입니다.
*빛의 속도로 여행하는 부분은 이것으로 간단히 넘어가겠습니다. 너무 어려워서요. 이해해 주세요^^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치고, 기술적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것이 실현가능한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칼 세이건은 세 개 사례를 소개합니다. 오리온계획, 다이달로스계획, 로버트 버사드의 램제트 엔진입니다. 오리온과 다이달로스 계획은 광속의 10분의 1 속력으로 여행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며, 세 번째 것은 어려운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칼 세이건은 이 세 가지 계획에 대해 매우 낙관적입니다.
우리 인류가 멸망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별을 향해 광속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대목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바로 과거로의 여행입니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미래로 움직이고 있죠. 물길이 바다로 흐르듯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과거로의 여행은 시간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물리학자들은 대체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과거로 가서 우리 부모의 결혼을 막는다면 우리는 태어나지 못하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것은 모순입니다.
영화 <백투더퓨쳐>의 중요한 줄거리가 바로 이것이죠. 주인공이 과거로 갔는데 미래의 엄마가 미래의 아빠 대신 미래의 아들인 자신을 좋아하네요. 부모의 결혼이 성사되지 못할 판이 되자 가족사진 속의 형과 누나가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아주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 나옵니다.
어떤 시점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남으로 인해서 한 갈래의 역사가 만들어집니다. 이사벨라 여왕이 만약 콜럼버스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그 후 시간의 흐름은 다른 사건들로 이어지게 되겠죠. 우리가 '버리고 떠난' 그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 시점에서 우리가 버린 한 갈래의 역사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 세계에서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이해했는지 자신할 수 없지만, 칼 세이건이 전하는 다중 세계란, 우리가 과거로 가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애초에 두 개의 우주가 독립적으로 실재할 수도 있다는 얘기 같아요. 이 부분에서 칼 세이건의 설명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사는 또 다른 다중 세계들이 무수히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 비춰보면, 그런 다중 세계를 뜻하는 것 같아요.
칼 세이건은 인류가 100년이나 200년 후가 되면 태양계 탐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고 나면 성간 여행을 시도할 만한 정신적, 물질적, 기술적 여유와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는 지금이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주장합니다. 2500년 전에 이오니아의 최초의 과학자들이 바로 현재의 우리라는 것이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수백 년 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후손들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충분히 공감되는 말이며 지당한 얘기입니다.
동시대적으로 존재하는 다중 세계를 상상해 봅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세계 말이죠. 그 세계를 만약 방문한다면, 나는 그 세계의 나에게 완전한 이방인이지 않을까요? 그곳에서 또 하나의 나는 고유한 그의 삶을 살고 있겠죠. 그 세계의 나는 이 세계의 나와는 다른 선택들에 직면했을 테고, 그 선택들은 다른 환경을 조성해서 나로 하여금 다른 형태의 삶과 경험을 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마치 조각가가 돌덩이를 쳐내듯이, 그 세계의 작고 큰 사건과 경험들이 나를 이렇게 저렇게 형성했겠죠. 이 세계의 나와 다른 모습으로 말입니다. 결국 이 세계의 나와 그 세계의 나는 많이 다른 사람이지 싶네요. 그러니 다중 세계로 가서 내가 못한 일들을 되돌려놓고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지 않은 길은 가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한 선택으로 인해서 완전히 변했다 할지라도, 그 선택이 꼭 행복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할지라도, 내가 그 덕분에 얼마나 값진 경험을 했으며 얼마나 값진 사랑을 했는가를 차라리 유념하겠습니다. 가지 않은 길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덕분에 아직도 풀이 무성하고 낙엽이 곱게 남아 아주 고요하고 아름다우리라, 생각하겠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
두 길을 다 가보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내 몸은 하나, 오래 서서 보았지
멀리 시선이 닿는 끝
덤불 속 길이 굽어 들어간 데까지
그리고 공평하게
좀 더 나아 보이는 길을 택했네
풀이 무성하고 밟힌 흔적이 덜했기에.
거기를 지나가면 결국
두 길은 비슷해지겠지만
그날 아침 두 길이 나란히 놓여있었지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들로 덮인 채.
아, 길은 서로 이어진다 생각하며
한 길은 다른 날 오리라 남겨놓았는데!
과연 돌아올 수 있을지 의심하면서도
언젠가 한숨 쉬며 얘기하겠지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어딘가에서.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난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으며
그로 인해 모든 게 달라졌다고
* 다중세계에 대해 검색해보니, 다중세계와 평행세계를 구분해야겠더군요.
다중세계 혹은 다중우주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다중우주입니다. 이것은 빅뱅 이후에 우주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우주로 파생됐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외에 블랙홀만 있는 우주, 별이 탄생하기 이전의 우주 등등 다양한 우주가 있을 것입니다. 이 이론을 주장한 무라야마 박사는 우주의 개수가 10의 500승 쯤 될 거라고 추정합니다.
평행세계 혹은 평행우주는 마치 나무처럼 한 뿌리와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지는 듯 세계가 분화될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현실에서 특정 버스를 탈까 말까 고민하는 '나'가 버스를 탔을 때와 버스를 타지 않았을 때 버스를 탄 내가 사는 우주 하나와, 버스를 타지 않고 그 다음 버스를 탄 내가 사는 우주 하나가 갈립니다. 각 우주는 그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들로 인해서 다시 갈라져서 무한하게 분화하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