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의 사람. 첫번째 김지훈
문 밖의 사람들
1. 자기소개
90년생, 올해 서른 두 살인 김지훈입니다. 광고 기획하는 AE로 일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5년 차네요.
2. 어제 점심, 저녁에 무슨 음식을 드셨나요?
어제 점심은 다소 바빠서 토마토와 소보로 빵으로 때웠습니다. 커피도 두 잔 정도 함께 마신 것 같아요. 저녁은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3. 채식과 육식이 골고루 섞인 듯하네요. 평소에 보통 채식 식단은 어느 정도 하시는 것 같으세요?
육식이 한 70%, 채식이 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잡식을 하고 있는지라,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끼를 먹을 때 채소의 비중을 반드시 30%는 채우려 합니다. 실제로 한 끼니에 채식 100%를 하는 경우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인 듯해요.
4. 30%를 딱 맞춰 채우는 것도 쉽지는 않을 듯한데요.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저 같은 경우는 밥이 배치되었을 때 채소를 30 정도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회사 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먹는다고 하면, 좀 더 의식해서 채소를 더 담아서 7대 3 이상으로 맞춘 달까요.
5.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100% 채식을 한다고 하셨는데, 이럴 때는 주로 무엇을 드시나요?
요즘 ‘포케’나 ‘비건식 도시락’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로 시도하는 것 같아요.
6. 포케나 비건 도시락의 경우, 남성분들은 특히나 접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접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포케의 경우, 해안가 국가 여행 가서 접했는데, 맛있더라고요. 씹는 질감도 재미있고요. 회사생활하면서 야근도 많은 편인데, 저녁식사 부담스러울 때 배달로 시켜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해서 즐겨먹고 있어요.
7. 사실 굳이 비중을 맞추거나 100% 채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이렇게 신경 쓰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것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 그리고 채소가 있어야 맛이 조화로워지고 식사를 맛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는 거죠. 저는 양배추 찐 거나 깻잎 같은 향이나 질감이 좋은 채소를 좋아하는데, 고기와도 잘 어울리고 식사가 더 맛있어지고 때문에 더 챙겨 먹는 편이에요.
-채식 인식 계기-
8. 채식, 비건이라는 키워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요?
키워드 자체는 어릴 적 교육방송 등을 통해 접하였었는데요, 부모님과 해외 식생활 다큐를 함께 시청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멍 때리면서 봤는데 아버지께서 ‘채식은 식습관일 수도 있고 성향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걸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와 계기가 있을 테니 알아두면 좋다.’라고 말씀해주셨었어요.
그렇지만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로 ‘접했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제대로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9. ‘제대로’ 접하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까지도 베프인 동네 친구 녀석이 페스카 테리언이거든요. 정확히는 ‘주의자’인 동시에, 체질상 생선 외의 고기를 먹으면 더부룩하다고 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라 비교적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아요.
10. ‘페스카 테리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음, 제가 아는 것만 말씀드리면, 생선은 먹고 육류는 먹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예요.
11. 그럼 그 친구와 함께 식사하실 때는 어떤 음식을 드시나요?
같이 밥을 먹으러 가면 생선이 들어간 메뉴, 자반고등어라던가 생선구이를 주로 먹고, 술을 먹으러 가면 안주로 어묵탕을 먹어요. 회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친구인지라 아무래도 저렴한 어묵탕을 자주 먹었던 것 같아요
12.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메뉴가 제한되는 것인데,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짜증이 나거나 하지는 않으셨나요?
처음엔 뭐랄까요, ‘좀 번거롭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다 같이 밥을 먹을 때마다 그 녀석을 위한 메뉴를 따로 주문했어야 했는데, 전에는 그럴만한 메뉴가 있는 곳이 더욱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 걸 요청하는 것도 이해 못하는 분위기였고요. 물론 그렇다고 짜증이 나진 않았어요. 정말 그냥 ‘번거롭다’ 정도. 하지만 ‘개인의 취향과 체질인데 뭐 어쩌겠어?’ 정도. 저도 음식에 있어 취향이 센 편이라, 각자의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채식 경험-
13. 그 친구와의 식사 경험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흔히들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운 좋게 페스코 테리언이란 케이스가 주변에 있어서 육류를 줄이는 식사 방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육류를 좋아하지만 채소만으로 만든 음식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 매력을 알게 되었죠.
14. 그렇다면 실제로 채소만으로 만든 음식들로 생활을 해보신 적도 있으실까요?
대학교 3, 4학년 때, 건강관리를 위해 한 달 가까이 채식 식단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두부, 양배추 고구마 등을 주로 먹었던 것 같아요.
15. 실제로 시도해 보신 결과, 어떠셨나요?
저 같은 경우는 고기를 워낙 좋아해서 고기가 먹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채식 식단만 하다 보니 자주 배고파서 많은 양을 먹어야지 생활이 되더라고요. 활동량이 많은 편인데 운동을 하고 나면 육류, 단백질, 기름기 등이 당기고 이걸 섭취 못하면 정말 쓰러질 것 같아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16. 음. 실제로 채식 식단으로 건강관리를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오히려 이렇게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에는 식단과 함께 생활 패턴이 같이 연동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채식으로 건강하게 생활하시는 분은 각자 자신만의 생활 습관을 식단과 잘 맞추어 나가신 것 같고, 저도 단순히 먹는 것뿐 아니라 그런 부분을 좀 더 신경 썼다면 성공했지 않았을까 싶어요.
17. 그렇다면, 다시 채식 라이프에 도전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가공식, 육류 중시의 식사를 해야 하는 시즌에 몸이 망가지는 걸 느꼈기 때문에, 채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실제로 몸이 안 좋아진 경험이 있거든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육류의 경우 단백질을 가공하는 방식이 좋지 않고, 아무래도 강하고 자극적으로 만든 첨가제 등이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페스카 테리언 수준의 식단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에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음식들을 다 좋아하거든요. 육류를 주로 먹긴 하지만, 생선도 좋아하고 깻잎도 좋아하고 치커리도 좋아합니다. 최상위 포식자예요. 그러다 보니 채식’만’하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18. 다른 음식도 먹고 싶다는 부분 제외하고, ‘채식’ 자체에 대한 다른 장벽도 있을까요? 맛이라던가 가격이라던가…
여전히 체력 탓도 있을 것 같아요. 채식 식단도 맛있긴 한데, 저는 스스로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 못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맛보다는 포만감, 활력, 체력이 부족해지는 느낌이에요. 사실 가격적으로는 가공된 육류가 더 비싸고 채소는 특정 채소를 제외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19. 최근에 혹시 비건 제품을 구매한다던가, 비건 레스토랑을 찾아가신 경험도 있으실까요?
혼자 식사할 때는 포케라던가 채식 관련 메뉴를 찾게 되지만, 식당을 찾아갈 때는 비건을 일부러 찾지는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때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실패할 확률이 낮은 메뉴를 찾게 되니까요.
예전에 그리스식 식당에서 유기농 채식 메뉴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던 경험이 있어요.
-채식에 대한 입장-
20. 채식, 비건에 대한 현재의 당신 입장을 한마디로 정리하신다면?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밥을 먹을 때 좋아하는 음식을 꼭 마지막에 먹는다던가 하는 그런 습관과 취향 같은 거죠.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과 식당에게 반드시 존중해달라고 요청하긴 어려운 부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육류 및 유제품 소비가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자영업자들에게 매번 ‘채식 메뉴로 준비해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어렵거든요.
21.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냐면 그분들도 소비시장 아래에서 생존하시는 분들이니 당연히 잘 팔리는 것들로 메뉴를 준비할 테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육류 중심의 메뉴로 구성이 될 테니까요. 어쩌면 채식, 비건이 더 대중화되려면 문화나 인식보다 경제구조가 먼저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긴 해요.
22. 왜 경제구조의 성장이 중요할까요? 채식 식단을 차리는데 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일까요?
쉽게 말하면 아직까지는 채소, 채식 식단만 팔아서 돈이 되는 구조가 현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와인 같은 경우도 문화가 형성되면서 주류가 되다 보니 지금처럼 시장이 활발해졌잖아요. 아직 채식은 성장세이고 흐름을 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요자가 조금 더 있어야 더 주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23. 그렇다면 채식이 돈이 되는 아이템이 된다면, 그때는 채식이 주류가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유행 때문에 식당이 늘어난다면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니즈가 그만큼 확대되어서 시장이 함께 성장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채식 전망-
24. 사실 지금도 예전에 비해서는 국내에서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요. 왜 그런 걸까요?
이제 우리나라도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채식 식단을 내세운 카페나 식당도 많이 늘어났고, 같은 카페에서도 아몬드 우유 등 옵션이 많아지기도 하고.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에요.
육류 소비시장의 부작용, 예를 들어 고기를 얻기 위해 나무, 물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히도 대중들에게 많이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25. 그래도 해외에 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전달이 많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음식을 소비하는 글로벌 산업 안에 우리는 살고 있고, 미디어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시작된 트렌드가 우리나라에게 더 빨리 도달하게 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26.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으신가요?
짧은 유행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미 ‘나는 채식이 좋아, 채식을 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잖아요. 이런 변화가 일어난 만큼 붐업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아예 소멸할 트렌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27. 좀 더 가까운 미래의 구체적인 변화를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일단, 프랜차이즈 업체들에서 채식메뉴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포장방식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육류는 기름기가 많아서 종이 포장지보다는 플라스틱 소비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채식 식단이 더 활발해지면 플라스틱 사용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제가 즐겨먹는 포케는 그렇게 배달되어서 오거든요. 그리고 편견일 수 있는데,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도 더 강하기 때문에 연관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채식 관련 궁금증 -
28. 편견에 대한 말씀을 주셨는데, 혹시 채식에 대해 가지고 계신 다른 편견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심심하게 조리해야 하는 것, 건강해야 하는 것, 클렌징을 위한 건강식이어야 하는 것’. 이요. 사실 채식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죠. 그렇다 보니 채식 메뉴를 고르게 되는 타이밍이 육식이 부담될 때, 과잉 칼로리 섭취 또는 소화가 부담스러울 때 찾게 되는 정도로 한정되는 것 같아요.
클렌징 주스 같은 경우도 이름 때문에 뭔가 건강한 걸 찾고 싶을 때만 손이 가게 되고 그런 거죠. ‘클렌징’, ‘건강’, ‘소화’ 이런 건강 관련 키워드만 부각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도 그 상품 자체의 맛을 설명하는 게 늘어나면 더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29. 이러한 각자의 편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위에 미디어의 영향도 언급해주셨는데,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에 어떤 콘텐츠가 생겨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요리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더 다양하게 시도되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도 아예 없진 않지만, 일부 교양방송 등에서 ‘채식 스페셜’ 등으로 다루어지니까 한계가 있는 듯해요. 유제품을 사용한 식단이라든지, 좀 더 다양한 레시피를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아요.
30. 이외에 채식 라이프를 실천하고 계신 분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두 가지가 있네요. 첫 번째는 채식 식단에 맞추어 일상생활 패턴을 어떻게 바꾸신 건지 궁금해요. 생활패턴이라는 게 원한다고 다 바꿀 수 있는 건 아닌데,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어떻게 조율하고 생활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또 하나는, 경험 상 채식 식단 만으로는 포만감이 차지 않아서 물리적으로 많이 먹게 되던데, 그러면 결국엔 비용이 올라가더라고요. 혹시 보다 포만감 있는 식단을 챙기기 위한 팁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게 해결되면 저도 페스카 테리언까지는 가능할 것 같거든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