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8. 프로젝트

2부. 꿈꾸는 사자의 도전

by 앤드장 Mar 06. 2025

하루, 이틀 불안하게 지내던 어느 날,

전략팀의 진행 업무 중 디자인 관련 업무가 있어 민호가 담당하게 되었다. 

합병으로 대아그룹의 조직이 개편되면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한다는 차원에서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편하기로 했다. 

대외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한 마케팅적인 면이 강한 업무이기에 이강 본부장은 전략 팀장에게 디자이너 출신인 장민호 과장이 담당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지아미디어를 합병하며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홈페이지 개편 사업이라 이강 본부장이 직접 나서서 회장과 사장에게 보고하며 기대하라고 호언장담한 상태다. 

컨설팅 평가 결과가 실적 저조와 더불어 회사 내 문화도 부정적으로 나오며 지아미디어의 총책임자로 있던 박철중 사장에 대한 회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시점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라, 어찌 보면 이강 본부장에게 기회가 온 셈이었다.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장민호 과장에게 맡긴 것이다. 

본부장은 그간 민호를 지켜본 결과 내성적이라 겉으론 잘 드러나진 않지만, 자신의 느낌처럼 세심하고 완벽을 추가하는 외유내강의 성향을 지닌 인물로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민호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면 책임감 있게 진행하리라 판단했다.   

부서 이동 발령 후 민호의 심리 상태도 모른 체, 잘 적응해서 잘 해내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말이 사실인 듯, 누가 알려 줬는지 이강 본부장이 민호를 콕 찍어 지시한 사실을 알고, 전략 팀원들은 그 앞에서는 웃으며 호의적으로 보였지만, 뒤에서는 질투하고 시샘하고 있었다.       


홍보부에서 여러 매체와 그룹사 게시판에 “대아그룹 홈페이지 개편 프로젝트” 입찰 공고를 고지했다. 

하단에는 담당자 이름이 안내되어 있다. “전략팀 장민호 과장” 



              

칠구디자인의 대표인 구남철은 바쁘다.

이번 달에만 몇 개의 제안서를 작성 중인지 모르겠다.

IT 바닥에서 10년 넘게 기획 일을 하다 보니이젠 익숙한 내용이라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의 반복에 몇 가지의 전략으로 교체하면 완성되는 제안서지만회사가 영세한 탓에 제안 단계부터 낙찰프로젝트 진행까지의 전 과정을 자신이 모두 신경 써야 하니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번 제안 건은 대아그룹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홈페이지와 교육전문 기업답게 이러닝 콘텐츠를 디자인으로 만들어 변환하는 작업까지 디자이너의 손이 필요한 업무가 많다 보니 작은 에이전시인 칠구디자인으로서는 지금까지 진행한 어떤 업무보다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라 좀 더 신경 써서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구남철 대표는 디자인 퀄리티가 조금 걱정된다

그간에 작은 업체의 디자인만 진행하였기에 고급 인력 없이 자사 직원인 디자이너들로 무리 없이 잘 진행했지만디자인이 중요한 대형 프로젝트에서도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된다.

사실좋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 제안서에 투입 인력으로 기재하면 좋겠지만일도 없는데 급여를 주면서 인력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우선낙찰되면 인력을 뽑을 생각으로 제안서의 투입 인력에 중급  인력을 고급자 이력으로 변경하여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그룹사 홈페이지 개편 프로젝트에 3곳의 에이전시가 입찰하였다. 

보통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전략팀과 담당 부서에서 판단하여 업체도 결정하게 되는데, 대외로 보여지는 홈페이지이니 비서실에서도 심사에 참여하겠다 하여 전략팀과 비서실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게 되었다. 

디자인이 중요한 프로젝트다 보니, 디자인에 강한 중대형 에이전시 2곳, 소형 에이전시 1곳이 지원했다. 

기술력, 안정성, 가격, 발표력 등 여러 요소들을 평가하여 업체를 선정한다.

대형 에이전시 2곳은 기술력과 업체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칠구디자인이란 소형 에이전시가 입찰 가격과 발표 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사업은 디자인 퀄리티가 중요해서 당연히 기술력이 높은 업체의 점수가 많으리라 예상했으나, 비서실에서 의외로 작은 업체에 큰 차이로 높은 점수를 주며 결국 칠구디자인이 낙찰되었다.  

    

구남철 대표는 유명한 에이전시 2곳이나 경쟁 업체로 입찰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회사가 최종 낙찰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아직은 우리가 두 업체와는 상대가 안 되는데?’

똑똑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구 대표지만 딱히 이유를 찾지 못했다. 

‘차차 알게 되겠지.’ 이유가 어찌됐건 중요한 건 자신의 회사가 낙찰된 거였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입장이 다르듯이, 낙찰이 결정되고 나니 구남철 대표는 제안 시 생각했던 고급 인력 채용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구남철 대표는 이 바닥에서 오랜 기간 일하다 보니 차차 양으로 승부를 보게 됐고 그에 따라 매일같이 야근을 하면서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에 고객들은 별문제 없이 승인을 해 주었고 열심히 한다는 말을 떠들어 소문이 나는 효과까지 있었기에, 이번에도 성실히 열심히 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IT 에이전시의 비용이 대부분 인건비인지라 무턱대고 직원을 늘릴 수는 없었고 그 비용을 절약해서 다른 곳에 쓸 생각이다.            



     

민호는 회사에서 선정한 칠구디자인이라는 웹 에이전시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 오후에 회의실에서 간략하게 대아그룹 홈페이지 프로젝트의 킥오프 미팅 예정이다.   

칠구디자인은 20명 내외의 인원으로 구성된 작은 회사로 오늘 미팅에 참석하는 인원은 기획자들이다. 

     

회의실에 전략실의 박영진 팀장과 장민호 과장, 그리고 비서실의 신입 직원인 이종원 사원이 앉아 있다. 

그 앞, 테이블 건너에 마주 앉아 있는 칠구디자인의 구남철 대표와 신수미 과장.

민호보다 어린 구 대표는 대표라지만, 영세한 탓에 기획 실무를 병행하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신수미 과장도 기획자지만 비서처럼 구 대표의 스케줄을 함께 돌보고 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구 대표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하하,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회사의 얼굴인 홈페이지라 저희 회사의 이미지에 맞게 잘 그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여기 담당자인 장민호 과장이 디자이너 출신이니 도움을 많이 드릴 겁니다.” 

박 팀장이 장민호 과장을 소개한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장민호 과장님!” 

구 대표는 민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한다.

“네. 저도 실무를 많이 해봐서 잘 압니다.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 보시죠. 구남철 대표님!”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 과장님!”     



          

외부업체와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부 직원들과 협업하는 것보다 오히려 작업이 수월하다.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기까지 칠구디자인의 인력들이 대아그룹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다. 

메인 화면과 이러닝 콘텐츠 구동화면의 샘플 작업하느라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작업이 한창이다.  

민호는 어차피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면 보고 판단하면 되는 거라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은데 출퇴근 때마다 구 대표와 신수미 과장이 항상 자리로 와서 인사를 건넨다

아침이면 커피를 들고 오고그러고 보니 퇴근 시간엔 시간에 맞춰 인사하고 다시 자신들의 업무 책상으로 돌아가는 거 같다.

혹시매일 야근하는 건가?’

하루는 민호가 오랜만에 일이 많아 야근을 하다 프로젝트 룸에 가보니밤 10시에도 칠구디자인의 인력 모두 자리에 앉아 있다.

아직 그렇게 급한 게 아닌데왜 이 시간까지 일하고 있지?’

민호는 간식거리를 가지고 프로젝트 룸으로 들어간다.

이거 좀 들고 하세요고생하십니다.”

장 과장님이 시간까지 일하신 거예요?” 

신수미 과장이 묻는다.

오랜만에 급한 일이 있어서요그런데 매일 야근하시는 거 같던데피곤해서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최선을 다해야죠.” 

구남철 대표가 답변한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니터를 응시하며 아무 말도 없다

전 그럼 먼저 들어갑니다.”

민호는 사무실을 나오며, ‘저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디자인이 시간 가지고 해결할 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와이프와 아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을 향해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한다 

    

그동안 구 대표는 담당자인 장민호 과장이종원 사원과 친해지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아침마다 커피를 사다 바치고저녁마다 그들의 눈치를 보며 직원들을 야근시키고 잘 보이려고 애썼다

그러나 장민호 과장은 항상 차분하고 청렴한 느낌에 커피 한 잔도 부담스러워하며 일에 있어서는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 같다

그런데 이종원 사원은 이제 막 들어온 신입 사원이라 그런지 다루기가 쉬웠다웃으며 잘해주니비밀스러운 내용까지 말한다.  

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비서실에서 구칠디자인을 선택하여 낙찰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비서실이 자신의 회사를 응원하는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전략팀의 장민호 과장에게 중요한 보고할 때마다 일부러 비서실의 이종원 사원도 함께 공유하며 보고하고 있다.     

  

3주가 지났다

구남철 대표는 그간 작업한 메인 디자인과 이러닝 콘텐츠가 담길 구동화면 샘플을 장민호 과장과 비서실의 이종원 사원에게 미리 내부 보고를 했다.

민호는 자신도 대아그룹이라는 이미지가 정확히 떠오르진 않지만대외적으로 보일 기업 이미지인데구 대표가 보여주는 디자인은 교육을 상징하는 책들과 e러닝에 포커싱 되어크고 정직하고 스마트한 기업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일반 교육 사이트처럼 보인다.   

세밀하고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요소들로 표현했지만대기업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구칠디자인에 의견을 전달했지만수정되어 보여주는 시안은 전혀 의견이 반영되어 있지 못하다.  

민호는 자신도 디자이너 출신이라 디자이너의 경력이 의심이 될 정도로 너무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에게서는 절대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이강 본부장에게 보여줘야 할 시간은 촉박하고 첫 임무를 잘 해내고 싶은 민호는 고민스럽다.   

  

내부 보고가 끝나자이종원 사원은 현재 상황을 쥐새끼처럼 비서실 팀장에게 보고한다.  

아직도 시안이 확정이 안 되고 헤매고 있어요업체가 실력이 없는 거 같습니다.”   

   

이 사실이 궁금해하는 박철중 사장의 귀에 들어간다.




※ 킥오프 미팅(Kickoff meeting)은 프로젝트 팀과 고객과의 처음 가지는 모임(미팅)이다. 통상 그 프로젝트와 기타 프로젝트 계획 입안에 필요한 기본요소들을 확정하게 된다.


이전 25화 2-7. 라이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