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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녹 Jan 28. 2024

무너지는 나를 발견했을 때

오렌지의 교훈

연초가 되자마자 맡은 업무 롤이 바뀌면서 정신이 없었다. 새로 하는 일들이라 그런지 익히는 것보다 어떻게든 해내야했기에 서툴렀고 나도 모르는 실수를 했다. 업무의 급격한 변화와 아주 기본적인 실수들을 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동시에 회사 내외부적으로 내가 컨트롤 하기 힘든 여러가지 상황이 겹치고 이 와중에 업무 외적으로 일이 생기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야근을 하고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타고 가는데 그날 유독 스트레스를 받아 집에 가는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택시 기사님이 내가 우는걸 알아챘는지 도착할때까지 듣고 있던 라디오의 볼륨을 올렸다. 


오렌지의 교훈


회사를 다니며 운적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사람때문에 운적은 있어도 업무 때문에 운적은 없었다. 왜 이렇게 압박을 받고 무너졌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다 얼마전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웨인 다이어의 '우리는 모두 죽는 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책의 오렌지의 교훈이 챕터가 생각이 났다. 오렌지를 짤 때 즙이 나오듯, 누군가 나를 압박하면 내 안에 있는 것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때 내안에 무엇이 있는지 냉철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변화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아직 큰 그림을 보지 못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근시안적으로 해내다보니 연차에 맞지 않는 기본적인 실수를 해서 클라이언트한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소리를 듣고, 내가 업무의 방향을 잡지 못해 밑에 일을 잘 내려주지도 못하면서 답답하기도 했다. 특히 익숙한 업무를 하다가 새로운 업무를 하다보니 당연히 모르는 일들이 많은데 다른사람에게 내가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잘해내려는 욕심만 앞섰다. 


임계점을 뚫고 변화하기


모른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것, 너무 잘하려는 욕심만 앞선 내 자신을 마주하며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이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변화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보다 연차가 낮지만 내가 하는 새로운 업무를 많이 알고 있는 동료들에게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아는척 하지 않으며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얻었다. 나와 함께 일하며 나만 바라보고 있는 동료들에게는 나도 아직 적응 중이니 적응될 때 까지 실수하며 버벅거릴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모른다는걸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두니 조금은 편해졌다. 그동안 나는 가장 싫어하던 "척"을 나도모르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연초에 여러 외부적인 압박으로 오렌지 즙처럼 내 안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여러번 마주하며 그때마다 오렌지 즙처럼 날것의 나를 보며 마치 발가벗은 느낌이 들겠지만 그래도 회피하기보다 나아가기 위해 임계점을 뚫고 변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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