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교사의 역할

by 스테이시

영어유치원 관리부에서 1년 중에 가장 밀도 있고 복잡한 고민을 하는 시기는 바로 선생님들을 맞는 반에 배치해야 되는 때이다. 물론 면접을 볼 때 부터 이 선생님은 몇 세 선생님으로 뽑았다 라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어민과의 조합 등을 고려하다 보면 매치가 쉬운 일은 아니다. 신규 선생님들은 대부분 원에서 제시하시는 반을 맡게 되시지만, 1년차 이상이 되시면 한국인 강사로서 나는 어떤 레벨 전문이다 라는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마다 특정 레벨을 맡는 선생님도 있고, 가르치던 아이들과 함께 학년을 올라가는 선생님도 있다.


영어유치원에서 한국인강사의 역할은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5세 담임, 6세 담임, 7세 담임의 역할이 다 다르고, 같은 연령 이어도 6세 1년차, 6세 2년차, 7세 1년차, 7세 2년차, 7세 3년차 담임이 요구 받는 바는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안에도 다양한 포지셔닝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맡은 반이 5세라고 해도 다른 연령이 무엇을 언제 배우는지 아는 것은 꼭 필요하다. 작게 보면 내 반만 문제 없이 돌아가면 되겠지만, 우리는 이 아이들을 키워서 다음 선생님께 인도하는 과정가운데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6세 선생님들은 7세에 무엇을 공부하는지 미리 알고 6세 마칠 때 그 레벨까지 끌어주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각자 한 반을 맡고 있는 것 같지만 전체 원의 아이들과 각 반의 상황들을 상시로 주고 받으며 유기적 코워킹을 한다.


또 다른 형태의 코워킹으로는 같은 레벨끼리의 코워킹이 있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6세 1년 차 반이 3개라고 해보자. 그런데 A반 선생님이 열정이 넘치셔서 기존에 정해진 숙제 외의 것을 추가로 만들어 주셨다고 해보자.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수도 있으나, 컴플레인의 시초가 될 수도 있다. 같은 레벨 B, C 반 어머니들께서 왜 우리반 선생님은 안 해주느냐 라고 하실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럴 때 숙제를 더 내고 싶으시다면 꼭 같은 레벨 다른 반 선생님들과 의논을 하시고 나갈 거면 같이 나가야 한다. 함께 가는 연차가 있다는 것은 선생님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비교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불편할 수도 있으나 또 좋은 점은 과제 등을 만드는 것은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원에 딱 한 반만 있는 레벨을 맡으면 외로울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마음껏 해줄 수 있다는 면에서 재미있기도 하다.


이제 연령에 따라 보자면 4세, 5세 한국인 선생님들에 대한 기대치는 어린이집, 유치원 선생님들에 대한 부분과 오버랩 될 수 있겠다. 실제로 5세 선생님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놀이학교 등을 거쳐 오신 분들이 많으셨다. 5세 선생님들께서는 책상에 앉아있는 학습태도나 기본 생활 습관, Phonics에서 놓쳐진 부분은 없는지 등을 바르게 잡아 주시는 중책을 맡고 계시다.


6세 담임은 많은 선생님들이 선호하시는 연령이다. 아이들이 조금 커서 대화도 통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며, 학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아웃풋에 대한 부분은 부담스러운 연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6세 선생님들께서 가장 많이 하시게 되는 상담 중에 하나는 영어독서에 대한 권장 일 것이다. 보통 영어유치원에서는 영어 종이 책을 매주 대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온라인 영어도서관 프로그램도 같이 사용한다. 원에 따라서 Raz-Kids, My on, Reading gate 혹은 자체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데, 6세가 그 프로그램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이다. 영어 음가의 조합을 이뤄낼 수 있는 Phonics가 끝나는 시점인 6세에 아이들은 까만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종이였던 책에서 아는 단어를 발견하기 시작하고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다. 온라인 영어도서관 프로그램은 원어민이 읽어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하게 놀이처럼 접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7세가 되면 SR Test를 주관하는 RENAISSANCE 라는 회사의 AR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는데, AR을 Accelerated Reader의 약자로 영어로 된 종이책 (약 220,000개) 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하여 아직 책을 읽고 문제를 맞추는 정도의 Comprehension 작업이 아닌 Reading 자체의 즐거움은 6세의 특권인 것 같다. 이런 과정이 6세에 더 강조되는 이유는 7세는 과제 및 시험 준비 등으로 Reading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7세의 경우, 7세 1년차, 7세 2년차, 7세 3년차 반 특성과 최종목적지가 어떻게 보면 다 다르기 때문에 선생님의 역할도 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오게 된다. 7세 1년차 교사는 아이들이 이미 알파벳 정도는 익히고 오지만 그 이후 영어공부가 재미있다 라는 인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은 애를 써 주신다. 그리고 이미 한국어가 너무 익숙한 아이들을 어떻게 영어로 말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 같은 마음이 있으실 것 같다. 7세 1년차는 1년이라는 단기간에 Phonics를 완성하고 Reading까지 진출하게 되기 때문에 어휘 량이 원에서 접하는 것으로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어휘를 보충하는 방법은 지름길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비타민이 부족하면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꾸준히 먹거나 비타민 알약을 먹는 것 처럼, Vocabulary 습득을 위해서는 책을 정말 많이 읽거나 Voca 집중 문제집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7세 2년차 부터는 아웃풋에 기대치와 압박이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2년차에서도 속도가 빠른 친구들은 3년차처럼 본격 입시 준비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7세 2년차 선생님 부터는 영어유치원 이후 초등 영어학습에 대한 가이드 등에 대해서 알고 있으시는 것이 좋겠다. 어느 연령대도 쉽지 않지만 특히 7세는 학업, 교우관계, 초등학교 가기 전 생활습관 등 결과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많은 시기라서 7세 담임들은 늘 긴장과 부담이 크다.

7세 초반부터 학구적인 분위기를 잡아가야 하는데, 아이들의 느낌은 이러하다. 자신들은 6세 때랑 달라진 것이 없는데 여전히 원을 즐겁게 오고 싶은데 왜 이렇게 갑자기 쓰는 것이 많아졌지 하는 느낌이랄까? 아이들이 아 이제 우리 형님반이고 이 만큼 공부해야 하는 구나 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한 달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은 참 어려운 과업이다. 한 명에게 예외를 허락한다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카드로 집을 짓듯이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쌓아 올린다. 이제 진도가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학습이 느리다고 해서 6세처럼 한국인 교사가 쉬는 시간에 조금 보완해주면 따라 갈 수 있는 분량이 아니게 된다. 7세 2년차 3년차는 가정에서 해와야 하는 숙제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선생님들의 오전 일과는 아이들이 풀어온 영어문제집 Workbook을 체크하는 걸로 시작되며 Writing 과제 체크는 원어민 선생님의 몫이 된다.


7세 3년차 선생님의 고유의 역할이라고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초등학원 입시지도이다. 내가 고3이 된 것 같거나, 내 아이가 고3인 것 같은 느낌이 1년간 지속된다. 아이들은 영유를 졸업할 때 초등영어학원 입학테스트를 보고 합격해야 빅 3, 빅 5 라고 불리는 초등 영어학원에 갈 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치원의 성격을 잃지 않는 선에서 Essay Writing, Test-practice 등을 준비시켜서 입시 대비를 한다.


이것이 아이들의 성적만 잘 나오면 아무 곳이나 붙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초등학원에서 선호하는 아이들 유형이 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조사해서 방향성을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하는 면이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친구들은 영어만 중요한 것 아니라 여러 과목 학원을 동시 다발 적으로 다니기 때문에 수학, 논술, 코딩, 체육 정도의 다른 과목 학원의 학원이름, 지금 배우는 교재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으면 상담할 때 도움이 된다.

같은 원내에서도 각 선생님들의 역할이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하셔야 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상담이라고 불리는 부모님과의 전화이다. 우리는 입에 ‘어머니~’ 가 붙어 있는 사람들이다. 근무를 마치고 나가서도 누군가랑 이야기하다 보면 그 사람을 ‘어머니 ~’ 라고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글을 읽고 ‘어머니~’가 음성지원 되는 분들은 지금 빵 터지게 웃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단어를 말하다 보면 뒤가 길어진다. ‘어머니’ 가 아니라 ‘어머니~~니 ~!’ 라고 발음해야 뭔가 숙련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


아, 그렇게 늘 입에 익숙하게 어머님을 불러왔지만 요즘은 아버님 혹은 할머님과 전화를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상담이 어머님들과 이뤄지고 있는 것이 맞지만, 가정에 따라 역할이 다를 수 있다. 할머님이나 할어버님, 아버님 혹은 다른 어른이 주 양육자 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 글을 쓰면서는 물론 엄마, 아빠라는 표현도 있지만 부모 혹은 보호자라는 단어도 비슷한 빈도로 사용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내가 만난 학생들 중에서도 아버님이 더 아이의 학습적인 것을 더 잘 알고 계셔서 늘 아버님과 전화를 했던 케이스도 있었고, 어떤 동료 선생님께서는 매번 할머님과 통화를 하시기도 하셨다. 상담전화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의 학습적인 부족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될 때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가 선행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 아이가 지금 배우는 것을 어려워 하고 있다 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속상하지만, 때로는 그 말이 아이를 돕는 것이기 때문에 해야 될 때가 있다.

이렇게 영어유치원교사에게 기대되는 부분을 적어 놓고 보니 어깨가 무거운 건 사실이다. 오죽하면 우리는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서로 ‘괜찮아요?’ 라고 물어보며 다닌다. 그만큼 바람 잘 날이 없는 것이 우리의 현장이다. 고되다 라고 표현하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인격을 돌보는 일이 귀한 일이라는 인식이 생성되는 날이 올까? 보상이 충분한 날이 올까? 우리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내가 그러한 변화의 햇살을 받지 못해도 이후에 현장에서 이 일을 하실 분들이 따스한 날들을 맞이하길 바라며, 퇴근 후 밤 늦게까지 이 글을 쓰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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