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OO 영어 유치원이죠? 내가 방금 그 유치원 차를 봤는데 불법 유턴하고 신호 안 지켜서 사고 날 뻔했어. 내가 경찰에 신고 하려다가 전화 했어. 애들 태운 차인데 그딴 식으로 운전하면 됩니까?”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나도 데스크 전화를 당겨 받은 것이었다. 자신도 아이 아빠라는 운전자 분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나라도 화가 날 것 같았다. 내 아이는 아니어도 누군가의 아이가 타고 있는 차가 거칠게 운전한다면, 부모로서 마음이 당연히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고 셔틀 기사님만 탓할 수 없다.
셔틀 기사님들이 겪으시는 나름의 애환이 다 있다. 애들은 많이 배정해서 태우라고 하고 시간은 엄마 아빠 출근시간 등을 다 고려해서 촉박하게 짜주니, 그분들 나름 또 환장할 노릇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어떤 부모님은 자기 출근시간에 맞춰 태워 달라 하시고 그럼 그 친구가 1번으로 타서 오래 타게 되는데, 또 그건 싫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원마다 셔틀 관리하시는 분들이 제일 예민할 수밖에 없고 학부모님과 트러블도 잦을 수밖에 없다.
셔틀은 택시나 개인기사님이 아니다. 원은 영리 추구적인 이유로 셔틀을 운영한다. 아이들을 길게 셔틀을 안 태우려면 차를 늘리면 되지만, 어느 것 하나 예산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내가 셔틀을 타던 시절, 셔틀에서 4살 아이를 태운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집은 직선거리로는 15분이었는데, 그 동네를 다 돌고 마지막에 가는 아파트였다. 그래서 늘 편도 40분 이상이 소요되었고, 그 친구는 늘 차에서 잠이 들었다.
일반 유치원에 비해, 영어유치원은 멀리서 오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고민들은 원 선택에 앞서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보호자가 라이딩을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냐 라고 하실 수 있겠지만, 보통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는 라이딩을 할 수 없다. 영어유치원 이야기 중에서 셔틀에 대해 한 꼭지를 할애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다. 꼭 태우셔야 한다면, 차량 상태, 실제 경유하는 곳, 몇 명정도가 탑승하는지, 키즈 안전벨트가 있는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있는지 등을 물어보시고, 동네에서 셔틀이 돌아다니니 그 셔틀 평판을 들어보시라. 셔틀은 원의 이름을 달고 있는 원의 홍보채널이기도 하니 말이다.
셔틀에 관련해서는 이런 에피소드도 있는데, 한 번은 셔틀 기사님이 딱지를 들고 오셨다. 아이들을 태우다 주 정차 위반 딱지를 받으신 것이다. 이럴 경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기사님이 내셔야 할까? 원 측에서 부담해야 할까? 운영진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 기사님은 결국 본인이 내야 된다고 하니까 너무 억울해하시면서 그만두셨다. 몇 년 전 그 기억이 생생한데, 최근에는 같은 케이스를 다행히 원 운영비로 처리하더라. 돈 몇만 원이 중요해 보이지만, HR적 관점으로 보면 숙련된 스텝을 잃은 것이다.
아이들이 셔틀에서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등원과 하원을 합쳐서 1시간이라고 하면 주 5일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셔틀기사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한 달에 20시간이다. 기사님들은 대부분 은퇴하신 분들이셔서 아이들 나이 또래에 손자 손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고 그래서 아이들을 참 예뻐해 주시고는 했다.
어느 날은 옆에 앉은 선생님께서 다급하게 들어오신다. 어느 아이가 셔틀을 타고 하원 했는데 보호자께서 나오지도 않으셨고 전화도 안 받으셔서 다시 아이를 태우고 원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정말 난감하다. 많은 경우 우리는 부모님 번호만 가지고 있는데 나오시는 분은 할머님이나 이모님 이시다 보면 연락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는 양반일 수 있고, 어느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 집에 도착했는데 안 나오셔서 전화를 했더니 무슨 백화점에 있으니 거기로 데려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셔틀 장소 변경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고, 하더라도 미리 원에 전화를 해야 되는 것이다. 혹은 어떤 친구집에 내려주세요 라는 것도 그리 어렵게 들리지 않지만 셔틀 탑승 인원이 꽉 차서 출발하는 경우 자리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하원 직전에 말씀하시면 데스크가 카오스가 될 수 있다. 예전에 내가 탔던 셔틀은 아이들이 꽉 차 있었는데, 급 스케줄 변경 된 아이가 한 명 더 타야 된다고 해서 내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첫번째 아이가 내리는 근처 아파트까지 뛰어가고 거기서 한 아이를 내려주고 그제서야 내가 탔던 기억도 있다.
셔틀 기사님들의 시간표는 생각보다 훨씬 빼곡하기 때문에 쉽사리 바꿀 수 있지가 않다. 초등부 등원 데려다가 놓고 유치부 하원을 데리고 나가신다. 다시 오셔서 유치부 방과 후 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시고 또 오셔서 초등부 하원을 하신다. 이 모든 것이 한 시간 간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 라는 셔틀 딜레이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참사로 번질 수 있다.
사실 아이들은 교실에서는 자기 담임 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혼날 만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그래도 눈치를 보고는 한다. 하지만 셔틀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느 해에는 셔틀에서 얼굴을 다친 사례에 대해 3번이나 상담 전화해야만 했다. CCTV가 있는 영역도 아니고 전적으로 사건 당사자 두 아이의 말만 듣고 분별해야 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셔틀 선생님도 이동중에는 자리에 앉아 계셔야 하니 구석구석까지 보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하니 셔틀 도우미 선생님들의 고충도 말로 다 못한다. 게다가 어머님들 마다 우리 아이는 어디 앉혀주세요. 누구랑은 떨어뜨려 주세요. 등 요구사항이 디테일 하다 보니 어떻게 앉혀야 될지도 매일 고민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셔틀에서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 대해 어머니께 인계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면 받아들이고 죄송하다고 하시는 어머님도 계신 반면에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 아이가 너무 심하게 장난을 쳐서 내릴 때 도우미 선생님께서 조심하라고 간단히 주의를 주시자 우리 아이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에 항의 전화를 해서 결국 그 도우미 선생님을 그만두게 만드셨다. 참, 좋은 분이셨는데……
나도 셔틀을 탄 적이 있는데, 다니다 보면 어떤 부모님은 기사님과 셔틀 선생님께도 인사를 먼저 하고 아이를 받으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먼저 문을 열고 내리는 선생님께는 인사를 전혀 하지 않고 바로 “우리 공주님 왔어?” 라고 하시기도 한다. 굳이 인사를 받고 싶다 라기보다는 아이가 보고 있는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저의 소중한 가족이 이 전화를 받습니다 라고 나오는 것처럼, 도우미 선생님도 누군가의 엄마이자 할머니 일 수 있다. 생각이 깊으신 보호자분들은 명절 때, 셔틀 선생님께 선물을 챙겨 주시는데, 그럼 나는 내가 감사인사를 받을 때 보다 기쁘다. 셔틀 선생님은 매일 우리 아이와 한 시간씩 함께 계시는 분이니 언제나 뵙게 되면 밝게 인사를 건네 주셨으면 좋겠다.
셔틀 도우미 선생님들은 사실 아이들과 셔틀에서만 시간을 보내시지 않는다. 대부분의 원에서 셔틀 선생님들께서는 원에서 상주하시는 도우미 선생님역할을 같이 하신다. 그러므로 어떤 아이들은 도우미 선생님과 애착을 형성하여 원에 오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아이들이 있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화장실 갈 때 도우미 선생님을 독차지 할 수 있어서 좋다며 계속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아이들에게도 따뜻하게 잘해 주시는 분들이 참 많으셨다. 도우미 선생님들의 역할은 한국인 교사의 업무 컨디션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데, 나는 어떤 일이라도 기꺼이 도와 주시려는 분들을 많이 만나서 큰 힘이 얻었고 늘 감사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영어유치원이 굴러갈 수 있게 도와 주시는 분들이 셔틀 기사님들과 도우미 선생님들이다. 그런 일화도 있지 않은가? 우주선을 만드는 장소에서 일하시는 청소부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우주선을 우주에 보내는 일을 한다고 대답한다고. 한국인 선생님들, 도우미 선생님들, 기사님들께서 우리가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런 존귀한 의식을 스스로도 가져보려 애쓰겠지만, 부모님들께서 우리 아이를 맡아 주시는 분들에게 그런 눈빛과 말씀을 보여주신다면 우리로써도 훨씬 힘이 날 것 같다.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