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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보라!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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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Oct 01. 2022

2차 백신 접종, 그리고 이직

오보라 씨는 미뤄놓았던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야 될 때를 마주했다. 지원한 스타트업에서 1차 인터뷰를 화상으로 보자고 제안해 왔던 것이다.


‘뭘 준비해야 되지? 면접 본 지 10년도 넘었는데……’

‘스타트업 이면, 영어 면접도 준비해야 되나?’

‘화상이면 장소는 어디서 해야 하지?'

‘화상이면 위에만 갖춰 입으면 되는 건가?’


인생 첫 화상 면접을 분명 낯설었지만, 경력직 다운 침착함이 오보라 씨에게는 필요했다. 오보라 씨는 면접 장소를 찾기 위해 동네의 모든 스터디 카페들을 방문한 뒤, 가장 조명이 밝은 곳을 면접 장소로 낙점했다. 물론 조명이 밝았지만 더 효과를 주고 싶었던 오보라 씨는 유튜버들이 쓴다는 링 조명을 주문했다. 그전에 노트북으로 수차례 체크해보았지만 행여나 노트북에서 Google Meet이 실행되지 않은 것을 대비해서 남편의 노트북과 아이패드까지 챙겨 놓았다.


1차 면접에는 3분이 들어왔다. 3분은 오보라 씨가 합격한다면, 함께 일하게 될 같은 팀 분들이라고 소개를 했다. 또한 이 시간을 통해 자신들도 오보라 씨를 알아가지만 오보라 씨도 이 회사가 자신에게 맞을지 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첫 질문은 전 세계 공통질문인 자기소개였다.


“1분 내외로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그들은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데 능했다.


“대기업에 계셨는데, 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자 하세요?”

“저희 회사는 20대 분들이 많으신데, 나이 어린 분들과 협업하시는 거 자신 있으신가요?”

“저희 회사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오보라 씨는 그분들의 질문들을 통해 이 조직이 효율적이고, 성장을 중시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대 부분의 질문에 경력직 다운 여유로운 대답을 했다. 다만, 이 질문이 나왔을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녀가 있으시다면 몇 살일까요?”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될 것 같았다.


“딸아이가 하나 있고,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친정엄마께서 가까이 사셔서 돌보아 주시고 계셔서 제가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오보라 씨는 저 질문이 정말 자녀가 몇 살인지 궁금해서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녀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시는 환경일까 우려됩니다.’라는 말을 젠틀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중에 나이가 오보라 씨와 비슷해 보이는 면접관이 자신도 유치원 생 딸이 있고 와이프 친정 곁에 살고 있어서 맞벌이를 하고 있다고 맞장구쳐 주셔서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오보라님,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는 이메일로 일주일 안에 받게 되실 것이고 합격하게 되시면, 2차 과제 인터뷰와 3차 Fit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3차를 보실 경우, 하루에 4분의 면접관을 각각 한 시간씩 만나게 되기 때문에 화상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4시간 인터뷰라는 말에 스타트업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든 오보라 씨였다.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이긴 했지만, 면접에서 본 분들의 인상이 좋아서였을까 오보라 씨는 마치 벌써 이직이 결정된 것 같은 설렘과 떨림 그 사이를 오고 가고 있었다.


그 이후 헤드 헌터가 몇몇 외국계 기업 포지션을 추천하긴 했지만 썩 내키지 않은 오보라 씨였다. 면접 이후 일주일째 되던 날은 오보라 씨의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되어 있었다. 스타트업이라서 뭔가 채용이 속도감 있게 전개될 줄 알았는데 그날까지도 메일이 오지 않아서 오보라 씨는 계속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


사실 2차 접종 또한 특별할 것 없었다. 똑같은 장소에 가서 한 대의 주사를 맞고, 경과 관찰을 위해 15분 동안 머물러야 했다. 1차 접종 이후 큰 이상이 없었던 고로, 2차 접종에서도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2차 접종 후에는 몸살처럼 아팠다는 주위의 간증을 많이 접한 터라, 딱 그 정도 아프고 지나가겠지란 생각이 가득했다.  


2차 접종으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오보라 씨는 무슨 국가 자격증이라도 딴 듯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코로나 따위가 와도 유유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가득 찼다.


‘난 이제 슈퍼 버섯을 먹은 빛나는 슈퍼 마리오지. 코로나가 와도 끄떡없을 거야.’


집에 온 오보라 씨는 몸살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몸이 뜨거워지고 주사 맞은 부위는 부어오른 것 같았다. 이번에는 인터넷에서 본 조언들처럼, 바로 진통해열제를 복용하고 잠을 청했다. 별 것 없는 하루였다. 그다음 날도 몸살기가 남아 있는 것 외에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띠링


오래간만에 누워서 빈둥거리던 오보라 씨의 휴대폰에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며칠 전에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던 그 스타트업에서 온 메일이었다. 오보라 씨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임신테스트기의 결과를 확인했던 찰나 같았다.


오 보라님, 1차 인터뷰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안 되면 그냥 지금 회사 다니면 되지라고 남편에게 큰소리쳤지만, 1차 면접 때 만난 면접관들을 보니 다 생기 있어 보이고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 왠지 그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진 오보라 씨였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메일을 열었다.


오 보라님, 1차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팀은 기쁜 마음으로 오 보라님을 2차 인터뷰에 초대드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차 과제 인터뷰 또한 화상으로 진행되며, 하기 시간 중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여 회신 주십시오.


“예스!”


10여 년 다닌 회사를 떠나게 될 지도 아쉬운 마음보다 이직에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성취감과 설렘은 강렬했다. 마치 내일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가기로 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랄까?


오보라 씨는 재빠르게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1차 합격이라네, 2차 과제도 화상으로 본대 


축하해! 잘 되면 좋겠다.

코로나 시대라서 화상으로 인터뷰 보고 코로나 덕 좀 보네.

안 그랬으면 다 눈치 보고 연차 내고 그랬을 텐데 말이야.


남편의 문자는 코로나 시대라 감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코로나가 쓸모 있기도 하네.’  


오보라 씨는 연봉을 얼마를 부를까 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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