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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보라!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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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Oct 01. 2022

코로나 후유증과 백신 후유증

코로나로 격리되었을 때도 재택근무를 한 덕에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 메일 폭탄을 안 맞을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오보라 씨의 재택근무로 다른 팀원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았을까 싶은 불편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오보라 씨의 옆자리 혜진 씨가 인사를 건넸다.


“보라님, 괜찮으세요?”

“아, 저는 코로나 안 걸리는 무적인 줄 알았는데 걸려버렸네요.”

“아이도 괜찮아진 거죠?”

“아 저는 목이 많이 아팠는데, 애기는 이틀 정도 열나고 다음부터 쌩쌩하더라고요. 대신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많이 심심해 하긴 했어요.”

“아이고 고생하셨어요. 애들이 면역력이 더 좋은지, 어른처럼 아프지 않다는 말이 있긴 하더라고요.”

“이만하면 다행히 잘 지나갔지 싶어요. 제 일까지 더 많이 하셨을 텐데 감사해요.

“아 보라님이 더 고생하셨죠.”


오보라 씨 재택을 근무를 한 것에 대해 계속 미안한 마음에 시달리는 것이 싫어 점심 이후 커피를 사겠다고 했으나, 혜진 씨는 보라님이 더 고생하셨다며 극구 자신이 사겠다고 했다. 커피까지 얻어 마시게 된 오보라 씨의 더 불편해진 마음은 커피를 들이켠 순간 놀람으로 대체되었다.  


커피는 아무 맛도 안 났다.


오보라 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였지만, 미각과 후각이 손상되었는지 커피는 오보라 씨에게 검은 액체 그 이상이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보라 씨는 그제야 자신이 코로나 후유증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하, 백신 후유증일지도 모르는 증상과 명백한 코로나 후유증이라……’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기도 했으나 백신도 코로나도 오보라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힘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힘을 조절해서 오보라 씨에게 사용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그날 오후 오보라 씨는 컴퓨터 앞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서 인지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해서 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때 오보라 씨를 깨운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Web발신]

안녕하세요. 보건소입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심의 결과를 신청서에 적어주신 주소로 선택 등기 발송 예정입니다. 주말, 공휴일 제외 3~4일 이내 도착 예정이오며 , 집배원 2회 방문 시까지 부재중일 경우 우편함에 배달 예정이오니 우편함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 맞다. 이런 게 잊었지?’


신청한 지 조금 과장을 보태어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회신을 받는 것이 어딘가 싶은 오보라 씨였다. 문자를 받고 ‘코로나 피해보상 심의 결과’로 검색을 해보니 등기를 받았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려움’으로 보상을 받지 못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글이 많았다.


오보라 씨가 받은 등기도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연관이 없어 보이지는 않지만 입증이 되지 않으니 이의가 있으면 신청하라는 종이가 덜렁 들어있었다.


“아, 이럴 줄 알았어.”


오보라 씨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보건소에 보낼 서류를 구비하느라 하루 연차를 쓰고 100 페이지에 달하는 진료기록 사본을 발급받으러 다녀왔던 날이 생각이 났다.


“그 서류 발급받는데만 3만 원 썼는데……”


어쩌면 애초부터 의사가 친히 신고까지 해줬으니 본인은 보상을 받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던 오보라 씨의 나이브한 기대가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주기 싫다는 사람을 붙잡고 이의 신청을 준비할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한 오보라 씨는 이의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날 퇴근까지 버티기 위해 오보라 씨는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들이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오보라 씨는 그대로 침대로 털썩 쓰러졌다, 아니 침대에 자신을 맡겼다.


“엄마, 세수하고 이딱고 자야지”


마리는 엄마 옆에 와서 평소 오보라 씨가 하듯이 잔소리를 해댔다. TV를 보던 남편은 침대와 일체가 돼버린 오보라 씨를 보며 ‘오늘 마리는 내가 씻겨야 되겠네. 귀찮아.’라는 표정으로 오보라 씨에게 말을 건넸다.


“회사에서는 좀 어땠어? 오른쪽 증상이 더 심해졌어?”

“응, 나 좀 누워 있을게.”


방에 누워있던 눈을 감고 있던 오보라 씨를 찾아온 건 쉼이 아니었다.


또 그 불청객이었다. 오보라 씨는 이놈이 회사에서 찾아오지 않은 것 만으로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보라 씨가 느끼기에 호흡곤란이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3분 인 듯했다.


오른쪽 턱에서 시작된 증상은 빠르게 다리로 흘러가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보라 씨는 이번에는 응급실을 외치는 대신 침착하게 남편을 불렀다.


“여보, 내 가방과 물 한 컵만 가져다줘.”


이제 오보라 씨의 감이 맞다면 발작까지 남은 시간은 약 1분이었다.


남편은 가방과 물 한 컵을 가져왔다. 오보라 씨는 빠르게 금색 봉투의 약을 가방에서 찾아서 봉투를 쭉 찢었다.   


“이게 뭔데? 한약같이 생겼는데?”

“아, 이거 미선이가 자기 공항 발작 올 때 먹는 비상약이라고 하나 준거야. “

“처방 없이 먹어도 되는 거야?”

“글쎄, 어차피 지금 응급실 가도 해주는 게 없으니까 먹어보려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두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의학 지식 따위는 크게 없어도 정신과 약은 시작 하면 끊기 어렵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던 오보라 씨였다.


하지만, 숨이 더 가빠오자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오보라 씨는 그 약을 단숨에 삼켰다.


약 덕뿐이었을까? 시간이 지나서 증상이 잦아든 걸까?


오보라 씨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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