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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보라!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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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Oct 01. 2022

드디어, 코로나 확진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30만 명씩 나오던 시점이 지나자 정부는 코로나가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한 듯했다. 거의 모든 규제들이 순차적으로 풀려갔다. 이미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대한민국 총인구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때쯤, 사람들은 서로서로 바이러스 보균자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거둬 가는 듯했다.
 
사실 오보라 씨는 그때까지 이렇게 저렇게 잘 피해 가며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었다. 밀접 접촉자라고 연락을 받아 코로나 검사는 여러 번 하긴 했지만, 용케 감염되지 않은 오보라 씨를 사람들은 인류의 희망이라고 불렀다. 오보라 씨는 몸의 오른쪽이 마취되는 느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만으로 때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백신 맞아도 코로나 걸린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백신이 잘 들었나?’


오보라 씨는 백신을 힘입어 종종 자만하기도 했다. 다만 그 마음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유난히 졸리던 오후 회의 시간 문자가 왔다.


[Web발신] 긴급 안내드립니다.


2학년 7반 학부모님,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어제 까지 등교한 학생이 오늘 코로나 19에 확진되어 안내 사항이 이어 연락드립니다. 요즘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되는 추세이니 아래 내용을 반드시 실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지 않은 학생은 오늘 저녁 또는 내일 아침에  집에 있는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고 음성 확인된 후 등교해 주시길 바랍니다.

2.    의심증상이 있거나 고위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하시고 음성 확인 후 학교 등교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정에서도 개인 방역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여러 번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받았던 오보라 씨는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가리라 믿었다.


몇 시간 뒤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보라야, 마리가 몸이 좀 안 좋은 지 간식을 안 먹네. 그리고 오늘 자기 앞에 앉는 애가 결석했다고 그러더라


그래? 바로 갈게요. 혹시 모르니까 엄마 마스크 꼭 쓰고 있어요.


‘설마, 설마’


오보라 씨의 이너 피이스는 이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 누군가 유리창을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처참히 깨졌다. 본인이 계속 아플 때도 삶이 자신한테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을 거라고 감사하던 오보라 씨였지만 아이가 아픈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부모라면 아이가 아프다는 것에 이성을 잃지 않을 사람이 없을 테고, 오보라 씨 또한 그러했다.


기우일 수도 있지만, 오보라 씨는 한 시라도 빨리 마리에게 가기 위해 퇴근 3시간을 남겨놓고 반차를 썼다. 집에 한 걸음에 달려간 보라 씨는 엄마에게 인사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 허겁지겁 체온계를 찾았다.


38.8도


보라 씨는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마음으로 자가 키트로 마리를 검사했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판명되었다.


마리가 누워 있는 방문을 닫고 나간 오보라 씨는 엄마와 자신도 자가 키트로 검사를 해보았으나 음성이 나왔다. 오보라 씨는 엄마를 집으로 보내고, 마스크를 두 겹 쓴 채 마리 옆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문자를 받은 남편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에 왔다.


소아과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마리는 확실히 양성이었고 오보라 씨와 남편은 음성이었다.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아이와 밀착해서 간호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오보라 씨 입장에선 본인이 코로나에 걸리고 말지, 8살 아이를 혼자 격리시키는 건 더 상상도 못 할 짓이었다.


오보라 씨는 남편을 호텔로 내몰았다. 아니 쫓아냈다.

누구라도 한 명은 인류의 희망으로 남아야겠지 않겠냐며…


오보라 씨와 마리의 7박 8일로 예정된 격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중간에 오보라 씨가 확진되어 총 격리된 기간은 12박 13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코로나 후기들을 검색해 보니 다들 이야기가 너무 달랐다. 하루 열나고 지나갔다는 사람, 침 삼킬 때 칼로 찔리는 것 같았다는 사람, 호흡 곤란이 왔다는 사람, 몸살처럼 왔다는 사람, 그중에 어느 증상이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에 오보라 씨는 잔뜩 긴장했었으나 이내 오보라 씨에게 찾아온 증상도 실체를 드러냈다.


마리는 이틀 정도 38-39도를 찍고 점차 나아졌으나, 오보라 씨는 목이 심하게 부어 무언가를 먹을 수도 없고 몸도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살이 왔다. 그 와중에도 오보라 씨는 마리가 아니가 자신이 심하게 아픈 것에 감사했고, 친정 엄마와 남편이 아직 음성이라는 것에 감사했으며, 배달 어플이 잘 되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격리 해제 후 동사무소에 가는 수고로움만 자처한다면, 코로나 격리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오보라 씨를 감사케 했다. 오보라 씨는 그 틈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확진되어 동사무소 직원들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픔이 며칠 뒤 수그러들자, 오보라 씨의 마음은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자신 때문에 딜레이 되는 것 같은 마음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오보라 씨는 코로나 확진 4일째 되던 날부터는 재택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가는 소진했고, 연차를 당겨서 더 쉴 수 있었지만 저번에 다른 팀원이 확진 당일 날과 다음 날만 쉬고 바로 재택으로 합류했던 것이 떠올라 더 쉬고 있는 것도 가시 방석이었다.


코로나는 생각보다 아팠고, 한 번 걸리고 말지 싶은 류는 전혀 아니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이제야 오보라 씨는 진정으로 빛나는 버섯을 먹은 슈퍼 마리오가 된 것이었다. 최소 3개월은 면역력이 짱짱 히 보장된다고 했으니 이제 사람이 아무리 많은 곳이라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후통이 심했던 터라 잊고 있었던 오른쪽 저림 증상은 다시 오보라 씨의 몸에서 왕좌를 차지하려는 듯 오보라 씨를 덮쳐왔다. 코로나로 몸이 약해진 건지, 이 전 보다 오른쪽 저림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자신의 이름이 오보라인 것 말고는 불평해 본 적이 없는 오보라 씨였건만, 이번 후회는 스킵할 수 없었다.



‘백신 2번 맞아도 코로나 걸리게 될 줄 알았으면 백신을 안 맞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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