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지나 오보라 씨는 다시 닥터 김과 마주 앉았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어떠셨어요?”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오보라 씨는 이 번 한주가 어떠했는지 장황한 에세이를 썼지만 닥터 김은 눈으로 종이를 보고 있으면서도 오보라 씨의 육성으로도 직접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회사에서 긴장해서 숨을 잘 안 쉬더라고요. 그 부분 이제 알게 돼서 숨 쉬려고 노력하고 있고, 긴장하거나 피곤할 때 증상이 심해져서 비상약을 몇 번 먹었습니다.”
“그래도 전처럼 갑자기 쓰러지거나 그럴까 봐 무섭지는 않죠? 생활하시다 보면 언제 증상이 나타나고 뭘 하면 안 될지 점점 아시게 되실 거고 그럼 증상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실 거예요.”
입원했을 때 독설을 날리던 닥터 김이었는데 웬일로 오보라 씨를 격려해 주는 것 같았다. 그다음 말이 이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오 보라님,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기로 했는데 운동은 좀 했어요?”
“아, 그게 오랜만에 회사 갔더니 일이 쌓여 있어서 이번 주 중에는 헬스장을 찾아보지 못해서 오늘 병원 끝나고 동네 가서 알아보려고요.”
“오 보라님, 꼭 하셔야 돼요. 꼭. 오 보라님 멍 때리게 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요. 치료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꼭 오늘 헬스장 등록하세요.”
“네”
오보라 씨는 닥터 김 앞에서 다시 작아졌다.
“오 보라님, 주중에 비상약을 먹었으셨다는 건 아직 증상이 있다는 거니까 오늘 수액 맞고 가실게요. 다음 주에 비 많이 온다고 했으니까 밖에 많이 돌아다니지 마시고, 친구 만날 시간에 꼭 운동하고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실게요.”
닥터 김과의 만남은 입원환자일 때 와 다르게 짧게 끝났다. 그래도 오보라 씨는 닥터 김이 자신의 시어머니가 아니라 주치의라는 것에 감사했다.
병원문을 나서는데 오나라 씨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 어디야?”
“나 병원 왔다 집에 가는데 왜 무슨 일 있어?”
“아, 나 다음 달에 남편이랑 일본 여행 가는데, 우리 사랑이 좀 2박 3일 데리고 있어 줄 수 있나 해서. 마리도 우리 사랑이 좋아하잖아.”
“음.”
오보라 씨는 잠시 고민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시끄러운 소리에 신경 발작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아니 그냥 동생의 부탁이니 괜스레 거절하고 싶었다.
“제부 동생도 개 키운다고 하지 않았어? 거기 맡기면 안 돼?”
“아 그 집 개가 커서 우리 사랑이 스트레스받는단 말이야. 그냥 봐주면 안 돼?”
오보라 씨는 동생에 목소리에 한 번 더 흔들렸으나 이내 다른 결정을 해보기로 했다.
“그냥 개 호텔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랑이 예쁘긴 한데, 나 얼마 전에 입원한 증상이 시끄러운 소리에 신경 발작이 올 수 있는 거라, 강아지랑 계속 같이 있으면 안 좋을 것 같아 "
여기까지 말하자 오나라 씨는 언니가 변해서 섭섭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오보라 씨의 기분은 놀랍게도 너무나 좋았다. 누군가를 대놓고 실망시킨 것이고 거절한 것은 처음인데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특히 늘 양보하고 늘 부탁을 들어주었던 동생에게 No를 말했다는 것은 오보라 씨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오보라 씨는 오나라 씨를 실망시키고 자신을 지켜낸 것이 자랑스러웠기에 이제 다른 사람들도 실망시킬 준비가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