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을 맞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코로나 시대가 종식되었다고들 한다. 나 같은 사람들에겐 그저 X소리다. 아직 나와 같이 코로나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있단 말이다. 코로나가 지나갔고 모두는 기꺼이, 즐거이 그 단어를 기억 저편으로 넘겨버리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지만, 솔직히 나 같은 자들에겐 코로나라는 단어가 잊히는 게 더 두렵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서 생긴 부작용이었다면, 몇 주 만에 진작 끝났을 것을. 나와 몇몇 사람 아니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의 몇 퍼센트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아직 코로나라는 단어와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있다.
수십 번의 코로나 검사 그리고 결국 두 번이나 걸려 버린 코로나. 물론 내가 직접 걸려보기 전까진 코로나가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죽일 수도 있다고. 그러나 내게 맞짱을 신청해 온 코로나는 그저 나를 입원까지 시키며 K.O 시켰던 독감보다 약한 존재였고 마치 태풍이 그러하듯 2박 3일 정도의 강수를 뿌리고 사라져 갔다. 과장을 보태 7일간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휴가처럼 느껴질 정도로 벼르고 별렀던 그 대전은 허무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놈의 코로나 백신은 어차피 6개월뿐인 효력이라 2차, 3차 계속 맞아야 된다고 했던 것을 반추해 보자면, 이 몸이 코로나 백신을 맞았기에 많이 앓지 않고 코로나 부작용이 없었다라고 주장해 보기엔 내가 아니라 다들 그랬다.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는 이미 마지막 백신을 맞은 지 1년도 넘었을 때였을 것이다. 만약, 코로나 자체 부작용이 많았다면 뉴스에서 응당 다뤄졌을 것이라 믿는다. 아니면 다뤄지지 않아야 할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그러나 코로나 백신 부작용은 다르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은 코로나 백신을 도입하기 전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그리고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코로나로 사망할 확률보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풍문까지 있었던 터지만, 지금은 침몰한 배 마냥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코로나 백신 부작용은 당사자와 그것을 겪고 있는 직계 가족이 아닌 이상 저 멀리 심연으로 멀어졌다. 때로는 죽음보다 세상에서 무섭다는 그 무관심 말이다. 정말 더 큰 문제는 무엇인지 아는가?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우리가 겪고 있는 증상이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라고 판결을 땅땅땅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나는 언론의 용어를 빌려보자면 코로나 백신 부작용 호소인인 것이다. 가끔은 힘을 모아서 할 수 있는 것을 없을까 생각해서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를 검색도 해봤지만 아주 소수의 인원만 있을 뿐이었다. 즉, 총 천연색 오만가지 형태의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 본인이 코로나 백신 부작용인 것을 의심만 하다 말아 버렸을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때로는 의사들이 후속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억울한 일을 밝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해봤지만 나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직장인 주제에 직업이 의사라는 이유로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인류애를 짊어지기엔 그 또한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내 증상들은 겪으면서 나도 여러 의사를 만나야 했다. 원인은 몰라도 증상이라도 완화해 주려는 의사들의 노력이 감사했고, 보이지 않는 신경에 발생하는 일을 미친 소리라고 치부하지 않고 들어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이게 확실히 백신 부작용이다라고 확언하지 못했고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분 또한 그러할 것이다.
그럼 나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 호소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