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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구황작물이 되어볼까

너 몽골 감자가 맛있단다

by 장대지
"몽골 감자 먹어봤어?"


최근 몽골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었다. 몽골 하면 생각나는 건 유목민, 감자 하면 생각나는 건 동백꽃. 내 집에는 없는 몽골 감자를 상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아주 흥미로웠다.


"진짜 맛있어. 나 그냥 찐 감자는 안 먹는데 몽골에서는 감탄하면서 먹었어. 고소하고 달콤하고···"


몽골에 다녀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다는 몽골 감자. 호기심이 들었다.

이 세상 맛이 아니라는 납작복숭아를 아직 먹어 보지 못한 나로선, 복숭아와 납작복숭아의 차이만큼이나 감자와 몽골 감자의 차이가 천지차이로 느껴졌다. 하지만 감자보다 고구마를 더 좋아해서인지 맛이 궁금하기보다 이유가 궁금했다.


몽골 감자는 왜 더 맛있을까? 품종이 다른가? 재배 환경 차이인가?


궁금해하는 나에게 지인은 그 이유로 추측되는 몇 가지 사실을 알려줬다. 몽골의 토양과 기후가 어떠한가. 고원지대가 많고 일교차가 크며 전반적으로 터프하다. 그런 환경일수록 감자가 맛있게 자란다는 말과 함께 강원도를 예로 들어주기도 했다. 흥미롭다.


그래 맞아. 감자는 구황작물이지. 구황작물은 척박한 환경일수록 맛있게 자란다, 이건가?


"구황작물 짜아식, 멋있는 녀석이었네?"


맛있게 자라는 게 감자의 꿈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의 시선에서 '고생할수록 옹골찬 맛으로 영그는 식물', 제법 멋있다. 인간 승리의 역사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구황작물은 식물계의 언더독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내가 감자처럼 느껴졌나.


척박한 환경에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란 식물은 생존을 위해 방어물질이나 당분을 더 많이 저장한다. 귤을 주무르면 스트레스를 받아 더 달아진다는 맥락과 비슷하다. 인간도 그렇다. 스트레스와 생산성은 역 U자형의 관계여서 강하게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병을 부르지만, 적절한 스트레스는 능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로 각성하고, 고난을 견디며 강해진다. 감자가 그러하듯 인간에게도 그런 힘이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오히려 단맛을 끌어올리는 감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땅속 덩이줄기에 열심히 영양분을 모으는 감자. 지금 힘들고 남들이 몰라줘도 자생력을 믿고 단단해지는 감자가 부럽다. 맛있어서 멋있다. 나도 한번, 힘들 땐 내 땅속 덩이줄기에 맛있는 당분이 원기옥처럼 쌓이는 중이라고 생각해 볼까?


구황작물에게서 용기를 얻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래도 솔직히, 몽골 감자는 품종이 다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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