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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두리 Mar 06. 2023

다시 한번, 수영?

물의 인생 수업, 돌고 돌아 다시 두려움을 깨뜨려 보기로 한다

수영을 다시 시작한 건 작년 봄, 그러니까 22년 5월이었다.


몇 년 전 강습을 받긴 했지만, 여러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었기에 어디 가서 수영할 줄 안다는 말은 못 할 수준이었다. 그런데 회사를 관두고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동네에 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더군다나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여서 가격도 저렴하고 강습도 영법에 따라 여럿 있었다. 수영장을 발견한 그날 얼마나 두근댔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수영?


떨리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설렜다. 그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어영부영 그만둔 수영을 다시 배울 수 있다는 반가움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이었다. 물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자신감을 갉았다. 내가 다시 수영을 배울 수 있을까?



약 6년 전, 봉사를 위해 나간 해외에서 물에 빠져 응급실에 실려간 경험은 아직까지 생생하다. 물에 들어가면 급박했던 그날의 감각이 온몸을 휘감아서 수영을 배우는 게 쉽지 않았다.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와 큰맘 먹고 수영을 배웠지만, 3개월 만에 그만둔 이유는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이 한몫했다.






하지만, 늘 내 안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용맹한 면역체계도 있었으니, 바로 반발심이었다.


이제 더 이상 물에서 못 논다고? 한 번 물에 빠졌던 기억 때문에?
물놀이 영영 안녕? 말도 안 돼!


세상 모든 물이 증발해서, 라거나 수영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서, 도 아니고 그저 몇 분 허우적거렸던 경험 때문에 평생 허우적거리기를 포기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다시 배워보면 되지. 그때랑 다를 수 있잖아?



타오르는 반발심이 나를 다시 한번 수영으로 이끌었다. 옛날에 입은 수영복을 화석 발굴하듯 꺼냈다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수영복을 샀다. 무섭고, 기대되고, 떨리고, 걱정되는, 복잡한 마음으로 수영장에 돌아온 첫날을 잊지 못한다.


저절로 긴장하게 만드는 수영장 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한 없이 가라앉아 또 허우적거리기 바쁜 나를 상상하며 질색하기도 했지만, 반발이라는 타고난 면역체는 흔쾌히 그 걱정을 잘게 쪼개주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위해 기꺼이 두려움과 싸워주는 면역을 믿고, 다시 한번 기꺼이 허우적거리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늘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반발심이 나를 생동감 넘치는 사람으로 이끌어 주었다.

네가 무슨-, 내가 무슨-,이라는 말이 들리거나 떠오르면 즉각 비상사태를 울렸다.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바로 나니까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다시 뛰어든 수영장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나에게 '인생을 알려준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수영을 외칠 것이다.


그 옛날 나를 죽음으로 가까이 밀쳤던 물은, 이제 나를 삶으로 힘껏 당기고 있다. 사실 물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흐름에 태워줄 뿐이다. 바뀐 건 나다. 나는 수영을 배웠고, 물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수영은 단순한 운동도, 물에 뜨는 방법도 아니다. 수영은 물속에서 인생의 법칙을 가르쳐 준다. 물에 뜨고 흐름을 타며 호흡하고 움직이는 방식이 세상살이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얻은 교훈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앞으로도 이어질 물의 인생 수업에서 변함없이 1열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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