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영 Aug 22. 2023

그런 사람과 그 사람

오랜만에 새로 구독하게 된 노래 커버 채널을 보다가 동생이 또 전형적으로 내 취향인 사람이라고 해서 새삼스럽게 벙쪘다. 내 기준에서는 새로운 인물이라 신났는데 제3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싶었다.


왜 그런 말 있잖아, 헤어지고 나서도 새로운 연인들이 다 비슷한 느낌이라는, 소나무 취향의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해가 가면서도 너무하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멀리서 보면 괜히 그냥, 대체재 같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비슷한 사람이면 괜찮은 것 같잖아. '그 사람'이어서 만나는 게 아니고 '그런 사람'이면 충분한 것 같잖아. 동생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런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언니는 중저음의 단단한 목소리를 좋아하더라. 그리고 노래할 때 행복해 보이는 사람."


근데 나도 그렇다고 다 좋아하진 않는다. 동생이 말했던 공통점 모두 맞지만


백아를 좋아한 건 수줍게 여린 것들을 이야기하는 자세가 좋아서였고

이주영 님을 좋아한 건 누구보다 웃기고 어른스러운 존경스러움 때문이었고

모란을 좋아한 건 개성 넘치는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아서였고

신인류를 좋아한 건 담담해 보이는 모습이 좋아서였고

김수영을 좋아했던 건 기타 연주와 본인의 경험을 풀어내는 방식이 세련되어서였고

다린은 고뇌에서 나온 가사와 예쁜 생각이 좋아서였다.


좋아하는  인프제, 인팁 친구들다 다른 이유 때문에 좋아하고, 사실 싫어하는 인프제도 있다. 그래서 그런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일축당하니 뭔가 억울했다. 대체재처럼 느껴질까 봐 싫었다. 나는 극악의 미니멀리스트라 물건을 대체재로서 무한 활용하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고 그렇게 보이고 싶지도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통점보다 고유성이 더 소중하까.

이전 02화 예쁜 타투를 자랑하던 너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