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새로 구독하게 된 노래 커버 채널을 보다가 동생이 또 전형적으로 내 취향인 사람이라고 해서 새삼스럽게 벙쪘다. 내 기준에서는 새로운 인물이라 신났는데 제3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싶었다.
왜 그런 말 있잖아, 헤어지고 나서도 새로운 연인들이 다 비슷한 느낌이라는, 소나무 취향의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이해가 가면서도 너무하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멀리서 보면 괜히 그냥, 대체재 같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비슷한 사람이면 괜찮은 것 같잖아. '그 사람'이어서 만나는 게 아니고 '그런 사람'이면 충분한 것 같잖아. 동생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런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언니는 중저음의 단단한 목소리를 좋아하더라. 그리고 노래할 때 행복해 보이는 사람."
근데 나도 그렇다고 다 좋아하진 않는다. 동생이 말했던 공통점 모두 맞지만
백아를 좋아한 건 수줍게 여린 것들을 이야기하는 자세가 좋아서였고
이주영 님을 좋아한 건 누구보다 웃기고 어른스러운 존경스러움 때문이었고
모란을 좋아한 건 개성 넘치는 자기표현에 인색하지 않아서였고
신인류를 좋아한 건 담담해 보이는 모습이 좋아서였고
김수영을 좋아했던 건 기타 연주와 본인의 경험을 풀어내는 방식이 세련되어서였고
다린은 고뇌에서 나온 가사와 예쁜 생각이 좋아서였다.
좋아하는 인프제, 인팁 친구들도 다 다른 이유 때문에 좋아하고, 사실 싫어하는 인프제도 있다. 그래서 그런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일축당하니 뭔가 억울했다. 대체재처럼 느껴질까 봐 싫었다. 나는 극악의 미니멀리스트라 물건을 대체재로서 무한 활용하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은 그러고 싶지 않고 그렇게 보이고 싶지도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통점보다 고유성이 더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