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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 와인바 사장 Nov 11. 2019

칠레 와인이 가성비가 좋다?

(2018년 11월 기준)

"칠레 와인이 가성비가 좋다?"

*이 글은 2018년 11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와인하면 칠레지! FTA때문에 관세가 없어서 가성비가 아주 좋단 말이야. 유럽 와인은 거품이라구.”

회식자리나 모임자리에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일까요?


FTA는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입니다. 체결한 두 나라간의 무역 장벽을 없애서, 좀더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약을 맺는 것이죠. 단순히 생각하자면, 관세나 수입제한을 없애는 조약 쯤 됩니다. 일단,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한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칠레에서 수입되는 와인에는 관세가 0%인것도 맞습니다. (물론, 개인이 가지고 오는 와인은 아닙니다. 2병 이상 가지고 오신다면, 공항에서는 관세를 내셔야 해요.) 그렇다면, 다른 나라 와인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한국은 칠레, 유럽, 미국, 호주 등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가와 모두 FTA를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들 모두, 와인을 수입할 때 관세가 0%입니다. 즉, FTA 때문에 칠레 와인이 싸진 것은 맞지만, 칠레와인만 싸진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 수입되는 모든 와인은 FTA의 영향으로 옛날에 비해 싸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왜 유독 칠레 FTA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일까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마도 “시장선점 효과”의 영향이라는 주장일 듯 합니다. 한국이 타 국가와 체결한 첫 FTA 협정은 2004년에 칠레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협정에 따라, 원래는 15%였던 칠레 와인에 대한 관세율을 매년 조금씩 낮추었고, 2009년부터는 칠레 와인에 대한 관세를 0%로 적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와인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였습니다. 

“관세가 없어져서 칠레 와인이 싸졌습니다!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칠레 와인을 드세요!”

하고 말이에요. 그리고 이와 동시에 저렴한 가격대의 칠레 와인들이 많이 공급되었고, 마케팅 역시 효과를 발휘하여 칠레 와인의 수입량이 폭증(2004년 약 800만달러, 2010년 약 2450만달러)하게 됩니다.

한국의 첫 FTA.(from 산업통상자원부)

물론 몇 년 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도 FTA를 체결하게 됩니다. 유럽(EU)와인은 2011년부터 관세가 사라졌고, 미국와인은 2012년, 호주와인은 2014년부터 관세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첫 FTA였던 칠레FTA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던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칠레 FTA만 기억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역시 뭐니뭐니해도 선빵이 최고입니다.


그런데, FTA때문에 관세가 사라지면서, 와인이 얼마나 싸진걸까요?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복잡하니, 관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가격을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래 표의 내용은, 소비자가 동네 가게에서 칠레 와인을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13% 정도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FTA 이전에는 와인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1% 정도였는데, 이후에는 32%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13%. 애매하죠? ‘와! 와인이 엄청 싸졌어!’라면서 신나서 와인을 사먹기엔 뭔가 좀 애매합니다. 32,000원짜리 와인이 28,000원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시면, 이게 꽤나 애매하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칠레 와인이 싸졌을까요? 관세가 사라진 2009년 이후의 기사들을 검색해 보면, 오히려 가격이 올랐습니다. 환율 문제일수도 있고, 유가 상승에 따른 운송비 상승 때문일 수도 있고, 가격인하를 하지 않은 수입사 때문일수도 있고,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마진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어떤 이유 때문에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는지 저로서는 알 방법이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FTA 때문에 칠레 와인이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그리고 참고하실만한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칠레 와인에 ‘FTA 단맛’은 없었다"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0910201814105&code=920501#csidxf2b528225d8d575a808abd68c703e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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