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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시로바로앉는여자 Sep 13. 2023

이까짓 거!

배꼽이 증명하는 사이_ 싸우며 사랑하며

작은 아이는 함참을 울었다. 단단히 화가나 한 시간동안 심통을 부렸다. 그래, 나 때문이지. 그곳에서 찰나의 결정이 이렇게 큰 폭풍을 몰고 올 줄 몰랐다. 


친정집에 아이들과 오면 딱히 놀만한 것이 없어 tv에 온몸을 고정해놓고 있는 게 꼴보기 싫더라. 어디들 가자,아이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을 찍었다.'시흥갯벌생태공원'은 갯벌에서 육지화 되어가는 과정의 땅과 흙을 볼 수 있는 커다란 공원인데 어느 한 부분은 아직 습지인 듯 갯벌인 듯 발디딜 수 없는 곳이며 공원전체에는 오랜시간동안 고여있는 바닷물의 비릿한 냄새가 가득했다. 큰 아이는 벤치에 앉아 핸드폰 삼매경이다. 작은 아이는 그래도 생태공원인데 놀잇감이 없나 두리번 거렸다.  공원 한 가운데 피사의 사탑처럼 나선으로 올라가는 목조전망대가 있어 꼭대기를 찍고 오기로 했다. 시큰둥한 조카와 둘째 아이에게 내기를 한 것이다. 둘 다 무서움이 많은 아이들이라 저기 꼭대기 찍고 오면 사발면 사주마 선물을 걸었다.

일년사이에 집돌이에서 동네 슛돌이로 거듭난 작은 아이가 나를 배려해 나선계단 바깥으로 걸었다. 

"엄마는 내가 지켜줄께" 멋진말을 던지면서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올라가는데 중간쯤 왔을까.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다.

" 엄마는 여기까지야. 좀 무서워졌네. 우리 여기까지만 올라가면 어때"

아이가 나를 끌고 간다.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고, 아니 무슨 어른이 이걸 무서워해하며.

다시 두어 바퀴를 돌아서 정상을 코 앞두고 멈춰섰다.

"엄마는 내려 갈래. 너 혼자 올라갈 수 있어?"

"엄마 왜 그래. 다왔는데"

힘들어도 마음을 다시 먹으면 가능한 일이었으나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불편하고 공포스러운 마음으로 아이와 정상을 가서 발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를 앙물고 올라갈수도 있었지만 나는 내려가는 것을 선택했다. 하필 그날따라 내 마음이 금새 포기를 선언해버렸다. 

"엄마 무서워도 참으면 안돼? "

"미안해. 엄마는 못 참겠어."

내려갈때도 아이는 바깥으로 나는 안쪽에 자리잡고 내려갔다. 작은 아이는 내려와서 벤치에 앉아 눈물을 뚝뚝 소리없이 흘렸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 때문이야. 어른이 그것도 못참고 뭐가 그렇게 무서워, 운전도 못하고, 애버랜드도 못가고, 그리고 저게 뭐가 높다고."

그럴수도 있지 뭐 하며 얼버무리며 매 순간을 모면한 나였지만 오늘은 나도 아이의 말이 아팠다. 그러게 말이야 엄마가 매번 중단을 선언해 면목이 없어. 크고 작은 순간마다 용기내어 나아가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지하철을 탈때도 아이들에게 위급상황에 대한 신신당부를 하면서 탄다. 예를 들어 엄마가 호흡이 가빠지거나 갑자기 겁이 나면 신호를 보낼테니 나를 꼭 안아달라거나 아무 관련이 없는 역에 바로 내려도 순순히 따라줄것을 설명했다.  바이킹 같은 기구를 타는 놀이공원엔 갈일이 없을 것이며 케이블카를 같이 타자고 조르지말것은 우리 아이들의 규칙같은 것이다.  나열해보니 참 쫄보다.  멘탈이 이렇게 약한 사람이 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공황장애가 완치된지 오래되었는데도 나는 '불안'이 매우 높은 편이다.

불안이라고 하기엔 잘 포장된 단어이고 겁만 많고 자기조절이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디에서나 '약자'처럼 느껴졌다. 

나는 매번 노력한다. 그런데 '특별한 용기'를 낼 수 없는 경우가 최근에 더  많아졌다.

높은 곳, 좁은 곳, 안전하지 못한 곳에 대한 공포가 날이 갈 수록 심해지는 거 같아 걱정스럽다.

최근 나는 내 스스로를 '범불안장애' 환자로 단정짓고 호흡이나 명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내 호흡하나 조절하는 것도 이렇게 에너지를 쓸 일인지 가끔 생각하다가도  '이러다가 내가 사랑하는 제주도도 못가면 어떻하지.'  하는 마음으로 집중을 하고 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들을 몸과 마음도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꼭대기에 올라가도 떨어지지 않으며, 이까짓거 아이가 손잡아주는데 세상 무서울게 뭐가 있을까. 오늘은 아이의 원망을 하루종일 들어도  싸다싸. 

내안의 모성과 용기는 언제 발휘 되는가. 오늘밤에 나는 이 문제를 좀 풀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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