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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구석은 그대로 가득하다
28화
[현정님 사연] 오늘 밤도 당신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사연 제공 : 이현정 님
by
김작카
Apr 8. 2021
64세.
일평생 한송이 꽃 같았던 사람.
꽃처럼 아름답고. 수줍으며. 조용하고 은은했던 나의 엄마.
어느 시대의 규수였으면 어울렸을까.
정갈하여 살림과 옷가짐에 흐트러짐이 없고
소박하여 정성스러운 음식 하나에 감동하고
공손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였다.
노래 한가락 가족들 앞에서도 수줍어 얼굴 붉히던 사람.
손녀가 달려와 그 품에 안기면, 세상 가장 행복하게 미소 짓던 할머니.
그의 인품은 새하얀 눈 같아서. 평생 거짓이라고는
손에 꼽을 만큼 진실되며 성실하여 40여 년을 새벽과 주일
,
교회의 문을 가장 먼저 열었다.
당신에게 주어진 형편과 상황에 맞게 수수하나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으며
,
그의 옷은 몇 년이 지나도 새 옷처럼 깨끗하였다.
항상 수줍음이 많은 탓에 몸짓과 음성이 작았지만
넓은 아량과 온화함의 크기는 측량하기 어려웠다.
그 어느 날, 어려운 가정형편 중 회사를 그만둬도 괜찮겠냐는
딸의 물음에 “걱정하지 마. 엄마가 있잖아!”며
강단 있게 딸을 안심시켰던
외유내강이 꼭 어울리는 세상의 엄마 중 하나.
나보다 더 날 걱정하고.
그 어떤 경우도 내 편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럴진대
나도 그런 엄마를 가져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늦은 밤이면 그를 생각할 것이며
밥을 먹다가, 아이들을 보며 웃다가도
그가 그리울 것이다.
텃밭을 가꾸며 남은 생을 살고프다는 그의 소원대로
삶의 터전을 옮겼으나
한 달도 제 살을 비비고 눕지 못했던 인생.
주말이면 홀로 남은 그의 남편과 식사를 하다가도
나는 문득 목이 메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왜 없었으랴 마는
그는 마지막까지도 어떤 아픔도 전혀 내색지 않고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로 작별인사를 대신하였다.
엄마가 된 나는 비로소 엄마의 인생을 안다.
철없던 시절 엄마를 닮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엄마가 된 지금은 우리 엄마만큼만 좋은 엄마가 되면 좋겠다.
엄마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은 나.
당신의 사랑으로 무엇이든 견뎌낼 힘이 생겼으니.
그대 걱정 말아요.
부디 주님 품에 평안히 잠드소서.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내 인생 가장 사랑했던 -
엄마를 추모하며.
딸
현정 올림.
-이현정-
......
-김작카-
keyword
엄마
사랑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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