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에 바탕한 이야기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 일 수 있다.
꿈이란 무엇인가? 어릴 때 내 꿈은 영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직업을 가지는게 꿈일 수 있을 지 의문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2000년 초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에게 꿈은 곧 직업이었다. 그리 간절한 꿈은 아니었기에, 사범대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그리 상심하지 않았다. 그냥 수능이라는 10대의 나를 옭아매던 관문을 떨치고 싶었고, 그대로 성적에 맞춰서 그럭저럭한 서울의 4년제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 뒤 내 꿈은 한 여자였다. 꽤 오래 짝사랑을 하며 사랑을 꿈꿨다. 2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그런 강렬한 감정을 가지고 그렇게 오랫동안 한 사람을 꿈꿨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땐 그랬다. 그 꿈에 대한 갈망은 정말 강렬했고, 수없이 울고 갈등하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결국 그 꿈을 이뤘다. 첫사랑이란는 꿈은 날 7년간 누구보다 행복하고 가득찬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해줬다. 그리고 그 꿈은 막을 내렸다. 막을 내리는 그 순간은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해운대 밤바다에서 친한 형을 붙잡고 한바탕 울고 끝난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당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갈망을 채워줬던 그 꿈은 내 남은 20대를 모두 폐허로 만들었다. 나를 스쳐간 여자들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나에게도 후회와 미안함을 남기면서 내 20대는 꿈없이 지나갔다.
그 이후 내가 가진 꿈은 떳떳한 인간이었다. 직업인으로서 떳떳하고 싶었다. 그 떳떳함이라는 꿈을 위해 프리랜서 PD를 하며 내가 가진 재능을 탈탈 털어쓰고 재능으로 매워지지 않는 99.9999%를 노력으로 채웠다. 그래도 내 직업에 있어 떳떳하지 못해 항상 부끄러웠다. 입봉을 하면 떳떳해질까? 30분짜리 프로그램을 하면 떳떳해질까?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하면 떳떳해질까? PD라는 직업에 떳떳해지기 위해 앞으로 계속 나아갔지만 그 꿈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력서를 쓰면서 마음 한켠에는 '내가 이걸 다 했다고 볼 수 있나?'라는 부끄러움이 내 뒷목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었다. 프리랜서 PD에서 산업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마케터로 살아가면서 아직 떳떳함이라는 꿈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예상컨데 평생 떳떳하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전문가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떳떳해지기 위해 노력할수록 내 부족함은 또렷하게 드러난다. 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살아가고 있다.
꿈이란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싶은 직업인가? 마음을 얻고 싶은 사람인가? 사람마다 다 다른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의 종류 역시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지금의 꿈은 삶을 대하는 태도다. 내가 한 것을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이야기해도 떳떳할 수 있는 삶. 그것이 남은 나의 삶 추구하는, 이루고자 하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