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겨울 여행 : 타이베이

by 레슬리

2011년 12월


한겨울의 여행이라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떠난 곳, 타이베이.


그런데 겨울이 우기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서울보다는 조금은 따뜻했지만 비가 와서 생각보다 많이 따뜻한 곳으로의 여행은 아니었던, 비와 함께한 타이베이로의 첫 여행.


날씨 때문인지 타이베이 여행을 생각하면 온통 흐릿한 기억만 가득하다. 잔뜩 흐려서 모든 것이 불분명해 보이는 기억. 비가 오니 추워서 따뜻한 곳을 찾아다녔던 기억. 여행을 가면 보통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찾아가는 편인데, 그래서 타이베이의 상징인 101 빌딩에도 갔었지만 흐린 날씨로 야경을 볼 수 없었던 그런 기억들.


매일이 흐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가고 싶었던 곳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었는데,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수이와 지우펀이었다.

단수이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 되는 학교가 있는 타이베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였는데 당시만 해도 학교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영화의 배경이 된 곳에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학교 정문에 수위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방문객이 뜸한 시간에 찾아갔어서 그런지 학교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한국에서 왔냐면서 가볍게 말을 걸어주셨었는데, 본인도 한국에 가봤다면서 기분 좋게 여행 잘하라고 해주셔서 그 따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다음날 찾아갔던 지우펀. 여전히 비가 오는 날씨에 타이베이에 가면 꼭 가보는 관광명소라 갔었는데 너무 추워서 가까운 전통 찻집을 찾아서 들어갔었다. 그곳 역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는데 차를 주문하면 직원이 직접 와서 차에 대한 설명과 어떻게 마시는지 등을 같이 알려줬는데 모든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따뜻한 차를 대접받는 느낌이었어서 타이베이 여행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되었다.


비 오는 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특히나 빗물에 신발이 젖는 걸 너무 싫어하는데 지우펀을 갔을 때는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신발이 모두 젖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그 따뜻했던 차 덕분에 힘듦을 조금은 잊어버릴 수 있었다.


날씨를 예측하고 갈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날씨에 맞추겠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특히나 우리나라와는 기후가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다 보면 늘 예상치도 못한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유난히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이다 보니 비 오는 날만되면 살짝 짜증이 올라오는 편인데 그래서 이제는 비가 오면 최대한 실내로만 다니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건 아마도 타이베이에서의 빗속 여행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서 향긋한 차 한잔과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구경하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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