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을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제일 빠르다
삶의 지혜 - 26
느리다는 말은 여러분에게 어떤 기분으로 와닿나요? 좋은 어감으로 느껴지는지 부정적인 어감으로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독자들은 제 글을 읽어보면 잘 아시다시피 제가 느린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본인이 느린 사람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니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태생적으로 느린 사람입니다. 어머니께서 제가 다른 형제자매들에 비해서 밥을 먹는 속도가 느리고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속이 터졌다고 합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제가 느림을 타고난 사람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에도 다른 애들보다 잘 일어나질 못하고 아침에도 힘들어했습니다.
성인이 돼서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다만 참을성이 더 늘어나 억지로 참거나 억눌려서 빠릿빠릿 움직일 뿐 이었죠. 저처럼 천성이 느린 사람들이 여럿이 있습니다. 느리면 직업을 영위하기 힘들고 돈을 많이 벌기 힘들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뿌리 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람이 느리면 진짜 안 좋을까요?
느린 사람들은 일 처리 속도도 느린지 궁금합니다.
여기서 느리다는 말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이 느리다고 느껴지는 원인은 대개 2가지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게을러서 느리다
2. 꼼꼼하고 신중해서 느리다
게을러서 느린 사람은 진짜 느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기 싫어서 안 하니 느릴 수 있겠죠.
이 경우는 진짜 관심이 있는 일을 할 경우 폭발적으로 속도를 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글에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두 번째 이유가 남아있습니다.
꼼꼼하고 신중해서 느리다.
제가 말하고 싶은 느림의 핵심요소입니다.
천성으로 느린 사람들을 보면 어떤 면에서 사물을 신중하게 보거나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꼼꼼하다는 기준도 꽤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치 오차도 허용하지 못하는 완벽함을 추구하기에 꼼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완벽함을 추구함과 다르게 완성도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데 한 가지 일을 하면 오래 생각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도 일 처리는 꼼꼼하게 합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무색해지는 게 큰 단점이지만요. 이건 '신중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하거나 리스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입니다. 결정 하나 하나 할 때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하기 때문에 느리게 보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사람들이, 전쟁이 나서 난리통이 되면 돌다리를 두드려서 건너야 할까요?
꼼꼼하고 신중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분명 아닙니다.
느린 사람들도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글 맨 마지막에 설명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느린 사람들에겐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느린 사람들은 경청을 할 수 있는 느긋함이 있습니다. 제가 만난 느린 사람들은 경청을 잘하더라고요. 저도 경청을 잘하는 사람들에 속합니다.
경청을 한다는 것은 말을 쉽게 흘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빠른 사람들은 대개 뇌에서 정보를 빠르게 거쳐서 말로 바로 나오기 때문에 실수로 말을 흘릴 때가 많아요.
그리고 느린 사람들이 주변 상황도 여유롭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상황 파악이 의외로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느긋하기 때문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많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알아야 정보를 습득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만약 장점을 잘 사용하지 못한다면? 우선순위의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우선순위 원칙은 느린 사람들이 일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됩니다.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1. 중요하고 꼭 해야만 하는 일 (오늘 당장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중요한 일)
2. 꼭 해야 하는 일 (중요하지 않아도 오늘 안에 꼭 해야 내가 피해를 보지 않는 일)
3. 중요하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일
4. 중요한 일 (중요도가 높은 일이나 대개 기한이 있는 경우가 많음)
5. 중요하지만 꼭 할 필요 없는 일 (상황을 많이 타는 일일 가능성이 높음 / 후순위로 미루고 천천히 고민하기)
6. 중요하지 않고 꼭 할 필요 없는 일 (이건 아예 제외시켜도 됨 / 안 해도 되는 일!!)
제가 사용하고 있는 일의 우선순위들입니다.
일은 굳이 많이 벌리지 않아도 됩니다.
위의 규칙만 잘 지켜서 우선순위를 정해도 저같이 느린 사람들은 마음이 아주 편해집니다.
보통 하루 루틴 안에서는 1-3번까지만 하면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나머지는 중장기적인 목표라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 됩니다. 오히려 우선순위 없이 살다 보면 가뜩이나 행동이 느린데 일 처리까지 진행이 안되니 스트레스받습니다.
느긋이 차분히 일을 진행하면, 급하고 빠른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장점을 잘 활용해 무기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요즘 세상에선 빠른 사람들을 더 우대하는 게 느껴져서 느린 사람인 제가 한번 제 소신발언을 써내라고 싶었습니다.
느려도 괜찮아요. 행동이 느리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이 훨씬 더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발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머리와 차분함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