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와 백학
내가 러시아 음악에 관심을 둔 것은 30년 전 '소비에트 록'에 관심을 두면서부터다. 당시 국내에 소련 록 밴드의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운 좋게 '소비에트 록'이란 음반을 구매했다. 그리고 빅토르 최의 <혈액형 (Gruppa krovi), Victor Choi> 음악을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다. 그러니 꽤나 관심을 오래 둔 음악 장르다.
러시아 음악을 좀 아는 체해본다면,
러시아 음악은 토속 민속 음악에서 시작되었다. 축제나 혼례, 장례 때 불렀던 민요와 러시아의 정교회의 성가, 그리고 클래식에서 차용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제3세계 음악 전문가인 형의 표현에 의하면 '러시아 음악은 애수(哀愁)를 삼킨 장엄한 음악이다.' 기 막힌 표현이다. 역시 전문가답다. 흔히 러시아를 대표하는 6가지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백학(Cranes, 흰 두루미)과 카츄샤(Katyusha), 자작나무(Birch Tree)와 칼린카(Kalinka, 접시꽃), 트로이카(Troika, 삼두마차)와 붉은 사라판(DerRote Sarafan)이다.
음악 백학에 대한 아는 체
백학은 추모의 노래이다. 백학은 전쟁에 나가 죽은 러시아 병사를 상징한다. 러시아와 전쟁하는 나라는 적의 총탄에 맞아 죽는 경우보다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해 죽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만큼 러시아의 겨울은 살벌하다. 그래서 총을 메고 행군을 하다가 쓰러지면 거기가 자신의 무덤이 된다. 이때 쓰러진 시신 위로 흰 눈이 쌓이면, 어깨에 메고 있는 총의 총구는 마치 학의 주둥아리를 연상하게 한다. 러시아 군인은 시신이 된 동료 병사들이 백학이 되어 훨훨 날아 죽은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영혼을 하늘에 이어 줄 것이라 염원한다. 그래서 백학은 추모의 노래가 되고 반전의 노래가 된다. 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이오시프 코브존(Iosif Kobzon, 1937~2018, 소련)의 버전이 유명하며 우리나라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백학 (Cranes), Iosif Kobzon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그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그리고 우리를 불렀지
왜 우리는 자주 슬픔에 잠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잃어야 하는지
날아가네, 날아가네 저 하늘의 지친 학의 무리들
날아가네 저무는 하루의 안갯속을
무리 지은 대오의 그 조그만 틈 새
그 자리가 혹 내 자리는 아닐는지
그날이 오면 학들과 함께
나는 회청색의 어스름 속을 끝없이 날아가리
대지에 남겨둔 그대들의 이름자를
천상 아래 새처럼 목 놓아 부르면서
백학은 이오시프 코브존((Iosif Kobzon)의 목소리도 좋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리스 여가수 해리스 알렉시우(Haris Alexiou)의 목소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