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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Nov 23. 2023

국가대표 트레이너에서 편의점 점주로

한 때 나는 농구선수들의 재활훈련을 담당하는 트레이너였다. 2015년과 2016년에 운이 좋게 청소년 농구 국가대표 트레이너로 발탁되 아시아대회와 세계대회에서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도왔다.

20대 중반, 트레이너로써의 내 인생이 술술 풀릴 줄만 알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트레이너라는 직업도 결코 녹록치 않았다.

고용이 평생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함과 돈으로 실력을 증명해내야 되는 무자비한 경쟁속에서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그러던중 부모님의 권유로 편의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내 나이 서른한살이었다. 트레이너라는 직업의

회의감에 더불어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것만 같던 편의점은 내 커리어를 뒤집어 엎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편의점 일은 그냥 바코드나 찍고, 빈 물건이나 채우면 되는 단순업무로 생각했다. 손님이 없을 때는 핸드폰이나 보고,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서 트레이닝 관련 전공서적도 공부하자, 그리고 일이 적응되면 알바쓰면서 나는 일찍 퇴근해야지 라는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편의점을 쉽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탓일까? 오픈 첫날 매출이 40만원이 나왔다. 우리 편의점은 오전6시부터 오후11시까지 17시간만 운영하는 편의점인데, 17시간 동안 40만원 밖에 못판 것이다. 그 후로도 일매출이 많이 늘지 않아서 평균일매출이 60만원 정도 됐었다. 그때부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 이 매출이 지속되면 어떡하지?' 바코드나 찍고, 남는 시간에 책보고, 알바한테 맡기고 퇴근할 생각을 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사실 나는 편의점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잘할 자신이 있었다. 농구팀에서 트레이너를 하다가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의 재활을 하는 곳으로 이직을 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을 대면하는 일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편의점 일은 아무것도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 때는 정말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막상 오픈을 하고 나서 카운터에 섰는데 너무 부끄럽고 앞에 있는 손님이 무서워서 "안녕하세요, 안녕히가세요" 인사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 내 오만과 일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나 싶어 그 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건 현실을 빠르게 직시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것저것 시도한 결과가 좋게 잘 나타났다. 1년만에 매출이 3배나 올랐다. 그 당시 있었던 편의점 월간지에 우수점포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 21년도 무사히 잘 버텼고 대박 편의점은 아니지만 중박 정도는 되는 편의점으로 5년째 운영을 해오고 있다. 


편의점이 잘 되던 안 되던 지금의 해왔던 일들이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으로 그간 했던것 들을 기록해 왔다. 어쩌면 기록을 통해서 내가 이 시간들을 견뎌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간 기록했던 것들을 현재 편의점 일로 힘들어 하는 점주님들과 편의점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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