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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이영원하기를 Jul 17. 2022

제가 이걸 왜 해요..1

나의 간병일지

하루 두 번 면회시간,

오늘은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들어가지만,

여전히 깊게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보며,

30분밖에 되지 않는 그 귀한 시간을

울다 나오기 바빴다.


'정말 내 아기에게 가망이 없는 걸까'


혹시 이대로 아이가 떠나버리진 않을까, 

출생신고를 해버리면,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남편하고 머리를 맞대 이름을 지었다. 


세상에 태어나 우리 아기가 갖게 된 이름

'이연우'

얼굴만큼이나 참 예쁜 이름이었다.


이름을 갖고, 몸무게가 조금 늘고,

그사이 배꼽이 떨어지기도 했다.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식 없이 누워있는 아기.

스스로 호흡도 어떤 반응도 없는 아기.

처음 아기를 낳은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더 큰 병원으로 아기를 옮겨야 했다.


큰 병원이면 다르지 않을까, 

다시 기대를 해봤지만, 

아무 차도가 없는 환자에게

더 큰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도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총책임자 정도 되어 보이는

교수님과의 첫 면담이 잡힌 날, 

궁금한 게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막상 면담 자리에 가서 보니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호흡하는, 

즉 자발 호흡이 없는 아기들은 

집에서도 쓸 수 있는 홈벤트라는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연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기관절개라는 이 수술은 

아기의 목에 구멍을 뚫어서,

그 구멍으로 멸균된 튜브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내 생각에)조금은 원시적인 수술인데,

이 수술을 받으면 멸균된 튜브만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면,

여기에 연결된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가지고

집에 가서 아기를 간병할 수 있기 때문에 

중증환자도 병원이 아닌 집에서 

케어할 수 있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는 입을 통해 기도로 연결된 

중환자실에 고정된 인공호흡기를 사용한다)


다시 말해,

치명적인 뇌손상으로 쉽게 차도가 없을 것이며 

더 이상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정에서 돌볼 수 있도록 수술을 해서 집으로 데려가라,

는 것이 병원의 입장이었다. 

듣자 하니,

선택권이 딱히 없는 이 상황에서,

수술 동의가 무슨 의미인가 싶어 말문이 막혔다.


'아기의 목에 구멍을 뚫다니!!!'


보기도 아까운 내 아기. 

이렇게 예쁜데도,

이미 너무 많은 고생을 하고 있어 안쓰러운

우리 아기에게,

목에 구멍을 내는 수술이라니,

듣기만 해도 끔찍하고 서러웠다. 


더욱이 나와 남편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점은,

의식도 없이 누워있는 아기를, 

일반 병실도 아니고 중환자실에서 돌보고 있는

중증환자를 병원에서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으니 

집으로 데려가라는 말은 마치,

일종의 사망선고와도 같아서,

'집에 데려가서 잘못되어도 우리 책임은 아니다'

'뒷일은 부모 몫이다'

라고 들려 무책임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입 한번 제대로 못 떼고 나온 면담 후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제가 이걸 왜 해요? 


라는 물음만 맴돌았다. 

 

병원 입장에서야 더 이상 

치료나 처치가 없는 환자가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겠지만

우리 부부는 의료인이 아니다. 

전문 지식도 없다. 

그런 우리에게 의식 하나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중증환자에게,

목에 구멍을 내서 인공호흡기 기계만 연결하면 되니,

집으로 데려가라, 는 말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수술을 할 수 없다. '

'병원에서 못하는 건 나도 할 수 없다. '

'아기의 목에 구멍을 낼 수 없다. '

'집에 데려갈 자신이 없다. '

'혹시 아이가 자발 호흡이 생길지 모르니 조금만 더 봐달라.'


연우와 우리 부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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