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모든 신용불량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신용불량자와는 어떠한 거래도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 과거 직업은 직업군인이었다. 그것도 장교, 출신은 학사장교로서, 가장 천대받는 출신 중 하나였다.
거기에 대해 불만은 없다.
내 학벌이 그리 좋지 못했기도 했고, 내가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그러한 삶을 살았기에 반면교사로 삼아 나보다 어린 친구들한테 더 잘 해 줄 수 있었으니까.
실제로 지금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10여년 전의 일이다.
군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인접 부대에 근무하고 있는 부사관이 있었다.
그는 매우 성실한 사람이었다.
어려운 일은 스스로 자원해서 도맡았고, 남들이 싫어하는 일도 불만 하나 없이 처리했다.
게다가 붙임성도 좋았다.
그래서 장교인 나도 그는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인식도 잠시, 언젠가부터 그에 대한 안좋은 소문이 퍼졌다.
그건 바로 그의 아내가 돈을 가지고 가출했다는 소식이었다.
같이 근무하던 나는 그의 소식을 듣고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인접 부대에 근무하던 내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니,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설상가상, 그가 신용불량자에 몰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성실하기만 한 그를 불쌍히 여긴 사람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
돈을 빌려주는 건 물론이고, 그의 일을 다른 사람들이 나눠하기도 했고, 아내를 찾으러 가겠다던 그의 근무를 대신 서주기도 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성실함과 워낙 좋은 붙임성 때문에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믿음은 상급부대에서 온 하나의 문서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내가 그 문서를 본 것은 아니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근무시간 중 강원랜드 출입명단]이 첩보로 내려왔다고 한다.
아마 그 부사관은 상상도 못한 것 같다.
내가 듣기로는 강원랜드를 입장하려면 신분을 인증하고 들어가야 되는데, 그 기록이 감찰 계통으로 공유가 된 듯 했다.
그로 인해 공직기강감사 건으로 출입명부가 돌았고, 그 명부에 그 부사관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내가 돈을 가지고 가출했다던 소문은 와전된 것이었다.
오히려 도박자금으로 모든 돈을 쓴 탓에 아내가 이혼요구와 함께 친정으로 돌아간 것이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그 부사관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그 금액이 무려 수천만원에 달했는데, 이미 도박으로 다 돈을 써버려 돌려받을 돈이 없었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대출 또한 수천만원에 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신분이 부사관이었기에 징계를 받았음에도 꾸준히 월급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급의 절반까지 압류가 들어왔다고 했다.
벌써 10여년이 지난 일인데, 빌려준 사람들은 지금은 돈을 다 갚았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싹싹하고 붙임성 있던 그의 이중적인 뒷모습.
그래서 모두에게 호감을 샀던 그.
하지만 그 호감은 배신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난 신용불량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절대 그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새파란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그 사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가 하는 말은 거짓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난 신용불량자를 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