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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반납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3. 알고 보면 교사도 사람입니다

by 신영환

공무원이라고 하면 보통 주 5일 근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교사라고 하면 더욱 방학까지 있으니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실과의 괴리가 느껴질 때도 있어요. 공무원 중에서도 위기 대응 관련 부서에 있으면 밤낮 대중없고, 주말에도 비상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교사도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주말에도 일할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조금 예전 이야기지만, 제가 처음 학교에서 근무할 때는 주 5일제 시행이 아직 확대가 되지 않았던 터라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왔어요. 물론 2주에 한 번씩은 쉬었기 때문에 ‘놀토’라는 말이 생겼지요. ‘놀토’는 ‘노는 토요일’이라는 의미예요. 그러다가 드디어 주 5일제 전면 시행으로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확실하게 주말이 보장되었지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어디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두 번째로 근무하던 학교에서부터 주 5일만 근무하면 되었지만, 토요일에도 운영하는 주말 프로그램이 있어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이상 학교에 나와서 근무했답니다. 그런데 이 학교도 양호한 편이었어요. 세 번째로 근무한 학교이면서 지금까지 계속 몸을 담고 있는 현재 학교에서는 주말 행사, 주말 자습, 심지어 명절 자습까지 평일과 주말이 구분이 잘 안 되는 시스템이 있었어요.


하지만 수십 년간 해온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지요. 선생님들은 그동안 당연하듯이 해오던 일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는 처음 경험하니까 당연히 처음에는 심적인 부담을 느꼈죠. 제 순번이 되면 주말에 나와서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습 감독을 했어요. 정말 주말 하루를 온전히 학교에서 보내는 것이죠. 주말이라 1~3학년 모두 도서관에서 자습해서 다행히 평소와 달리 계속 순회하는 일은 적었어요. 대신 행여나 교실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있을까 봐 정해진 시간에 순찰을 돌아야 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길 거예요. 주말인데 과연 근무 수당은 받고 하는 걸까? 혹시 모르실까 봐 조금 설명드릴까 해요. 초과근무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휴일이든 수당이 지급됩니다. 다만 하루에 총 4시간을 넘기지 못해요. 그리고 한 달에는 총 57시간을 넘길 수 없답니다. 또한 평일에는 저녁시간 1시간은 제외하고 책정하기에 만일 일과 후 1시간만 남는다면 큰 의미가 없죠. 그래도 자주 야근하는 학교라면 5분, 10분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초과 근무 신청을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나중에 5분, 10분이 모여서 1시간으로 인정되니까요.

주말이나 휴일에는 초과근무를 신청할 때 ‘휴일’이라는 부분에 체크하면 평일처럼 1시간 제외를 하지 않아요. 순수하게 일한 만큼 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주말에 저처럼 자습 감독을 하면서 9시간 일해도 4시간만 인정된다는 게 함정입니다. 그래도 무급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수당을 받으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요.


끝으로 초과근무 수당은 1시간에 1만 원 조금 넘는 돈이에요. 사기업처럼 근무 시간 외 추가 수당이 1.5배, 2배로 잡히지 않는답니다. 교사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봉사의 자세로 초과 근무에 임해야 하지요. 만일 이게 억울하면 다른 직업을 찾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그건 개인 선택의 문제니까 여기서 각설할게요.


사실 주말 자습은 시작에 불과했어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도 365일 쉬지 않고 자습하는 학교여서 명절 근무가 있었답니다. 5~6년에 한 번씩은 순번이 돌아오더라고요. 근무에 걸리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학교에서 자습하는 학생들을 돌봐야 해요. 아마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으신다면 최근에 임용되신 것에 틀림없다고 확신합니다.


사실 명절 자습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사례니까 조금은 더 현실적인 사례를 들어볼게요. 특목고, 자사고, 혹은 특성화고의 경우에는 학생들은 선발하기 때문에 입학설명회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이 설명회는 평일보다는 주말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대규모 행사로 진행하기 때문에 담당자만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교사와 학생 모두 행사에 참여합니다.


코로나 이전의 시절에는 특히 거의 모두 대면으로 행사가 진행되어 개인이 집에 큰일이 없는 이상 무조건 이 행사에는 참여했어요. 물론 이제는 비대면으로도 진행하거나 수백 명이 모이기에는 방역 수칙상 위험성이 있으니 소수로 여러 번 나눠서 진행하는 편이기는 해요. 하지만 연말에 선발을 위한 행사는 여전히 학생들이 면접을 보러 오니까 전교사와 일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서 주말에 행사를 진행합니다.


물론 일부 선생님들은 선발 위원으로 선정되어 방학 때 연수를 받고, 선발 시기에는 3박 4일 정도 합숙을 하며 면접 문항을 출제합니다. 늦은 밤까지 쉬지 않고 계속 문항 만들고, 토의하고 하는 역할이지요. 물론 선발하지 않는 학교는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참고로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학교급이든 선발이 있는 학교라면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요.


혹시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주말까지 그렇게 일을 해야 하다니 끔찍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워라밸이 중요해서 이 직업을 택했는데 그럴 수 있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학교라는 곳이 어떤 곳이고, 교사라는 직업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말이죠. 우선 학교는 사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고 성과는 내는 곳이 아니렵니다. 그래서 교사는 성과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학교를 위해서 일한다고 보기가 어렵죠.


그럼 무엇을 위해 일하냐 묻는다면, 저는 단언컨대 학생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교사라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학교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학교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모든 활동과 업무는 학생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제가 교사가 되려고 했던 이유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을 위해서였기 때문이죠. 비록 주말까지 나와서 업무를 하면 제대로 쉬지 못해 몸은 힘들었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러니 선생님들도 이런 마음 가짐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행히도 코로나 이후 사실 상황은 많이 변했답니다. 물론 앞으로 다시 예전과 같이 정상화될 수도 있지만, 대면 행사가 많이 사라진 건 사실이에요. 심지어 이제는 주말 자습도 사라졌어요. 휴일 자습도 물론이고요. 게다가 제가 처음에 학교에 왔을 때는 평일에도 야근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각자 할 일을 마무리하면 야근하지 않고 퇴근을 하는 문화로 바뀌었고요.


생각해보니 세상이 변하면서, 학교가 변하고, 학생도 변하니까 교사인 우리들도 여러 면에서 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MZ세대 선생님들은 확실히 개인의 삶과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하거든요. 그리고 주말에는 확실한 휴식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물론 저도 찬성입니다만, 아직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는 학생들을 위해 혹은 학교를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일을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혼자일 때는 그냥저냥 괜찮았는데, 가족이 생기니 주말에는 더욱 가족을 위한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말에 추가로 일하는 건 별로 내키지는 않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 만일 그런 상황이 나에게 오더라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웃으면서 일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아무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힘내시라고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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