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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부모 민원 24시

3. 알고 보면 교사도 사람입니다

by 신영환


교사로서 학교에서 가장 힘든 일이 뭘까요? 아마도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를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수업보다도, 업무보다도, 상담보다도 혹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부모님들과 대화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대부분 부모님한테 전화가 오거나 학교에 방문을 하시는 경우에는 좋은 일보다는 그 반대인 경우가 거의 다이기 때문이죠. 그럼 과연 어떤 일들이 있는 걸까요?


그나마 괜찮았던 사례는 아이의 학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연락 주시는 경우예요. 당장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더라도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조언을 듣거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한 거니까 부모님들의 태도는 매우 공손하십니다. 물론 신규교사 때든 지금이든 이유 불문 부모님께 연락이 오면 심장이 두근두근 뛴답니다. 아무래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3 담임을 4년간 하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의 진로와 진학에 이바지하고자 여름방학 때는 거의 모든 학부모님들을 학교에 오시게 했어요. 아이 진학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서였죠. 대부분 한 분만 오시는데, 가끔 두 부모님이 모두 와도 되겠냐고 물으시기도 해요. 저는 흔쾌히 허락했죠. 그런데 사실 남자라서 아버님들이 오시면 더 긴장을 합니다. 아무래도 군대 문화를 겪으며 남자 어른한테는 조금 더 바짝 긴장하는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막상 만나면 또 괜찮기는 하지만, 학교에 오시기 전까지 준비하면서 입술이 바짝 마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사건, 사고로 인해 민원을 넣는 일은 아니니까 해볼 만한 일이랍니다. 굉장히 괴로운 일은 우선 자녀에게 학교폭력이 발생하거나, 학교에서 진행하는 일중에 문제가 될만한 사안이 있어서 문의, 건의, 불만을 하시려고 연락 주시는 경우예요. 특히 요새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학교 폭력 사안이 많이 발생해서 그 사유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담임교사로서 1차적으로 사안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기에 연락은 필수죠. 만일 정도가 심각하면 학생부로 사안이 접수되어 진행되고요. 이 과정에서 교사는 양쪽 부모와의 통화 혹은 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야장천 뛰어다녀야 합니다. 양쪽의 입장이 많이 달라서 중간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본전도 못 찾는 일이 되어버리죠.


첫 번째는 일단 해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밤낮 대중없이 계속 긴밀하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님들도 일을 하시면, 일과 중에 통화를 할 수 없으니 저녁에도 밤에도 통화할 일이 생깁니다. 이미 학교를 떠나서 내 보금자리 가정으로 돌아왔는데, 가족을 돌보거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민원사안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죠.


물론 우리 학급 아이의 긴급 사안이니까 시간, 장소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제대로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사도 사람이기에 힘든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해보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교사라서 모든 걸 다 이해하고, 많은 걸 알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거든요. 하지만 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할 뿐이지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부모님이 감정적으로 대하시면, 상처받고 아파합니다.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만일 신규교사라면 부모님들과는 나이 차이가 나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어려 보이니까 가끔 선생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직 자녀가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혹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실 테니" 등 굳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될 말을 하시면서 감정을 건드리시기도 하지요. 물론 엄청 훌륭한 인성과 우호적인 태도로 교사를 대해 주시는 부모님들도 계시지만요.


학교 폭력 사안만큼 큰 일은 없지만,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 문의 전화 혹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울립니다. 특목고지만 기숙사가 있는 학교가 아니라서 통학버스를 타고 아이들이 등하교를 합니다. 그런데 통학버스 관련 사안을 학교로 전화해서 문의하거나 불만을 토로하실 때가 있지요. 사실 통학버스를 학교에서 관리하지는 않아요. 다만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서 어떤 노선으로 운영되고, 학생은 누가 타는지 정도만 파악하고 있지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통학버스 기사님께 알아봐야 할 일을 학교에 전화해서 처리하고자 하실 때가 많아요. 원칙대로라면 굳이 대응을 하거나 처리할 필요가 없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친절하게 응대하면서 기사님께 연락을 드려서 민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죠. 게다가 안전사고 유의를 위해 운전자 교육 등을 실시하면서 조금이라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못 보시고, 문제가 생길 때만 화가 많이 나셔서 학교에 민원을 넣으시는 경우가 있어요.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하루에 이런 전화를 여러 번 받는 선생님은 자기 업무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 준비도 못하고, 정신없이 민원 전화만 받다가 하루가 다 가는 경우도 있답니다.


시대가 변해서인지 몰라도 교사의 역할이 많이 변했다고 종종 느낄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교사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상담이나 인성교육과 같은 교육적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소한 일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바로 연락해서 해결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져서 민원 24시 처리반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정말 가끔은 내가 교사인지, 민원 처리 직원인지 모르겠거든요.


쉽게 말해, 이제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교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단순히 수업만 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교사가 되었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 외에도 많은 일을 해야 하거든요. 업무뿐만 아니라 학교에 속한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처리하는 사람으로서도 역할을 해야 하니까요.


여러 경험과 사례를 통해 교사 역할하기가 힘들다고 징징대는 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일이 발생한다는 걸 공유하고 싶어서 말씀드렸어요. 시대에 맞게 교사도 변화하고 적응하여 더 역량 있는 교사로 성장하고, 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행복하게 함께 지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혹시라도 민원으로 힘들어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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