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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 존 Aug 18. 2023

배우가 되면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

촬영하는 게 벼슬이냐는 기사를 보며


“한 친구가 그랬다.

자신이 여유롭기 위해 일한다면,

너는 ‘자유롭기 위해서 하는 사람 같다.‘고“

(2023.02 나의 메모장에서)




벼슬인 줄 알았다.


시상식에서 환희에 찬 얼굴로 감사를 외치며 모든 것을 보상받은 듯해 보이는 배우들을 볼 때면, 그 공식석상에 서있다는 사실이 그들의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것 같았고 심지어는 영웅처럼 느끼기도 했다.


‘배우’라고 소개하면 매우 큰 영광이라는 듯 놀라며 놀란 숨을 쉬는 사람들, 나를 굉장히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소개팅 상대들의 리액션은 부담스럽긴 해도 당연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기라도 하면, 게다가 거기에서 주조연급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가는 곳에 온 관심과 발걸음들이 쏠리는 것을 보며, 배우라는 직업은 ‘원래 당연히’ 그런 일이고 그래 마땅한 것이라 여겼다.


오디션은 앞뒀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공연이나 촬영을 앞두었을 때는 모든 것을 뒤로 미루어도 괜찮은 건 줄 알았다. ‘일이 먼저’니까, 아니 실은 그것이 ‘일’ 이어서라기보다 배우 ’님‘ 씩이나 된 내가 영화 드라마씩이나 되는 것에 연관되어 일한다는 거 자체가 모든 것에 대한 프리패스(free-pass)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극은 극일뿐, 나는 나더라


‘촬영하는 게 벼슬이냐’며 사전에 허락이나 양해도 없이 길을 막거나 잠든 동네에서 훤히 빛을 밝히거나 큰 소음을 내는 것도 모자라 쓰레기등의 흔적을 치우지 않고 사라져 버린 촬영팀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서,


나는 과연 정말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정 무엇을 하는 일일까,

‘뭣이 중헌디’ 이러고 있는 것인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의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연기를 하는 일 또한 칭송받고 존중받아 마땅하고 스스로도 크나큰 자부심을 느껴 마땅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내가 연기를 하면서 고귀한 가치를 쫓고 실현시킨답시고 재껴버린 것들이 눈에 다시 들어올 듯 말듯한 기분이 든다.


내 연기 커리어가 풍성해지는 것이 먼저인가?

내가 진실하게 인생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게 먼저인가?


상을 받고 환호를 받는 것을 원하는가?

내가 무얼 하든 스스로 온전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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