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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 존 Aug 12. 2023

삼켜버렸어 배우가 나를

‘나’ 안에 ‘배우’를 배치하기

“직업정체성에 대해 생각한다.


저널리스트 겸 정치인

소설가 겸 영화감독

디자이너 겸 000 쇼핑몰 대표

작가 겸 레스토랑 운영자

학생 겸 인권운동가…


이런 건 괜찮은데, 아니 ‘멋진’일인데,

배우가 사업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건 아니꼬운가?

왜 안되나?

배우가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배우는 연기만 충실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보다 오래된 지혜’이니

내가 잘 몰라도

받아들이자는 결심 위에서도

그러한 말들은

내 두 눈을 쌍 물음표로

바꿔놓기 충분할 만큼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왜??

아니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안 되는 것’이 되지?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에도 질문하지 말고

스펀지처럼 주어지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흡수해!

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나와는 달랐다.

그건 절대 내가 아니라는 걸

나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명백하게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다큐멘터리 연출을 더 먼저 했다.

정우성 님은 영화제작을 한다.

디카프리오는, 엠마왓슨은, 조디포스터는..


아니 말하기도 입 아프다.


대체 어디서 온 관점일까?????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을 것 같다.


(2022.01.06 나의 메모장에서)”






‘나’라는 원과 ‘배우’라는 원


‘나는 배우니까..!‘


이 짧은 생각이 얼마나 나를 작아지게 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머지않아 내 삶에 ‘나’는 사라지고 ‘배우인 나’만 남았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배우’는 내 ‘안’의 수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여야지 나의 ‘전부’가 아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믿을 수도 있고, 그것을 원할 수도 있으며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지만, 나는 그걸 원치 않고, 그러기를 원하는 누군가라고 해도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되는 것은 나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동그란 원 안에 어느 날 ‘배우’라는 작은 원이 생겼는데, 그게 점점 더 커지면서 결국 ‘나’라는 오리지널 원을 집어삼키는 그림이 즉시 떠올랐다.



내가 마치 이 그림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배우니까 몸을 더 잘 챙겨야지’

’나는 배우니까 늘 훈련되어 있어야지‘

하는 건설적(?)인 생각들 뿐만이 아니라


‘나는 배우니까 경제 같은 거는 문외한이어도 돼’

‘나는 배우니까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건 당연해’


하는 나를 제한하는 생각들 또한 스멀스멀 창궐하면서 나를 계속 철없게 만들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 또한 잘못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치만 난, 한정이 되기보다는 한정을 넘어서 ‘더 큰 나’로 성장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었기에 내게 이것은 눈여겨보아야 할 신호였다.





재배치


앞으로도

언제라도

필요하다면 점검해 보고,

다시 배치하자.


나는 아래 그림과 같이 ’배우‘라는 정체성을 ’나‘ 안에 재배치하였다.



이런 식으로.


나는 배우이기 이 전에 나이고 싶었고, 배우이고 나서도 나일 수 있고 싶었다.


내가 원하거나 스스로 선택하기 전까지는, 내가 내 삶의 일부를 배우로 살고 싶다고 해서 다른 무언가를 ‘해야만’ 하거나 ‘절대 할 수 없다’는 법이나 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대로 점검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이 ‘선택한 다양한 일들’을 재배치한다면 배우들의 마음이, 태도가, 어떻게 변화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눈에 보이는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경험상 마음, 생각,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만들고 담고 있는 ‘의식(consciousness)’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이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증거를 대라고 한다면, 각자가 원하는 대로 믿도록 서로 두자고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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