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보내며
2024년은 당신에게 제가 어리광을 부린 시간이기도 하고, 제 삶의 방향성을 당신에게 맡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잘 아시는 것처럼 저는 꽤 최근까지 삶이 무언가 버거워서 참 많이 힘들었어요. 내 부족하고 한심한 능력만 보였습니다.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믿었고 스스로를 더욱 채근했지만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졌어요. 그 곤궁한 마음에는 당신이 발끝조차 디딜 곳이 없었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삶이지만 내 힘과 뜻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든 일이든 몇 시간씩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 당신이 제 곁에 함께 해주길 바란 것이 말이죠.
2023년 여름 무렵, 저는 당신이 제 마음속에 슬며시 들어오시도록 작은 문을 빼꼼 열어드렸고 2024년에는 대문까지도 크게 열어드렸던 것 같아요. 내가 뜻하고 행동하는 바가 선(善)을 향하고 있으며, 당신은 그것을 누구보다 아시는 분이니 그저 당신만을 믿고 담담히 쫓기로 다짐했습니다.
내 노력과 의지만으로 삶을 끌어나갈 때 결국 만났던 건 자괴감이었습니다. 저는 늘 부족했어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목표는 요원하게만 보였고 그곳에 도무지 닿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당신을 향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면서 생각했죠. 나는 피조물인 인간이니 당연히 모든 면에서 한계가 있는 존재이다. 그러니 겁이 나는 것도, 하기 싫은 마음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어쩔 수 없이 있는 것이다. 그 여리고 부족한 마음을 인정하고, 하느님께도 보여드리자. 그러면 하느님이 날 달래주실지도 모른다. 어려운 수학을 문제를 풀 때 좋아하는 선생님이 옆에 계신다면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저는 그 마음을 꼭 붙들고 올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일이나 공부 앞에서도 ‘내 노력으로 반드시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고 겁도 나지만 당신이 도와주실 거니까 믿고 한번 해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독였죠. 그리고 하느님, 당신을 향해 제 머리를 두었습니다.
2024년은 참 많은 것을 이뤄낸 해였습니다. 그간 노력했던 것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도 있고, 막연하게 꿈꿨던 것들이 현실로 이어진 것도 있습니다. 그건 인간적인 두려움과 한계를 받아들이고, 당신이 저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은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삶에 참 많은 일이 있을 겁니다. 제 삶에 같이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둔한 기도였다는 걸 이제는 깨닫습니다. 당신은 늘 저와 함께 계셨는데 제가 당신을 향한 문을 열어놓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제 삶과 마음 모두를 모아 하느님, 당신이 저와 함께 하심을 믿고 느끼고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곁에서 함께 하시는 나의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