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이신 나의 하느님께

2024년을 보내며

by 최유나 Feb 08. 2025



   2024년은 당신에게 제가 어리광을 부린 시간이기도 하고, 제 삶의 방향성을 당신에게 맡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잘 아시는 것처럼 저는 꽤 최근까지 삶이 무언가 버거워서 참 많이 힘들었어요. 내 부족하고 한심한 능력만 보였습니다.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믿었고 스스로를 더욱 채근했지만 결국 번아웃으로 이어졌어요. 그 곤궁한 마음에는 당신이 발끝조차 디딜 곳이 없었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삶이지만 내 힘과 뜻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제가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든 일이든 몇 시간씩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 당신이 제 곁에 함께 해주길 바란 것이 말이죠.


  2023년 여름 무렵, 저는 당신이 제 마음속에 슬며시 들어오시도록 작은 문을 빼꼼 열어드렸고 2024년에는 대문까지도 크게 열어드렸던 것 같아요. 내가 뜻하고 행동하는 바가 선(善)을 향하고 있으며, 당신은 그것을 누구보다 아시는 분이니 그저 당신만을 믿고 담담히 쫓기로 다짐했습니다.


  내 노력과 의지만으로 삶을 끌어나갈 때 결국 만났던 건 자괴감이었습니다. 저는 늘 부족했어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목표는 요원하게만 보였고 그곳에 도무지 닿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당신을 향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면서 생각했죠. 나는 피조물인 인간이니 당연히 모든 면에서 한계가 있는 존재이다. 그러니 겁이 나는 것도, 하기 싫은 마음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어쩔 수 없이 있는 것이다. 그 여리고 부족한 마음을 인정하고, 하느님께도 보여드리자. 그러면 하느님이 날 달래주실지도 모른다. 어려운 수학을 문제를 풀 때 좋아하는 선생님이 옆에 계신다면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저는 그 마음을 꼭 붙들고 올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일이나 공부 앞에서도 ‘내 노력으로 반드시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고 겁도 나지만 당신이 도와주실 거니까 믿고 한번 해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독였죠. 그리고 하느님, 당신을 향해 제 머리를 두었습니다. 


   2024년은 참 많은 것을 이뤄낸 해였습니다. 그간 노력했던 것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도 있고, 막연하게 꿈꿨던 것들이 현실로 이어진 것도 있습니다. 그건 인간적인 두려움과 한계를 받아들이고, 당신이 저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은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삶에 참 많은 일이 있을 겁니다. 제 삶에 같이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둔한 기도였다는 걸 이제는 깨닫습니다. 당신은 늘 저와 함께 계셨는데 제가 당신을 향한 문을 열어놓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제 삶과 마음 모두를 모아 하느님, 당신이 저와 함께 하심을 믿고 느끼고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곁에서 함께 하시는 나의 하느님.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생각하는 하느님 나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