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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 혜진 Jan 09. 2019

2-3. 크레디트 스쿨.

캐나다는 학교 시스템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1학년부터 8학년까지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고등학교(Secondary School)로 구분되고 공립 교육청 가톨릭 교육청 그리고 개별 운영 시스템을 갖춘 사립학교들이 있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캐나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는 공립고등학교까지 학비가 무료지만 사립학교의 경우는 연간 몇 천 불부터 많게는 기숙사비 포함 6~7만 불(약 6천만 원) 정도의 학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에게는 낯선 교육 기관이 하나 있다. 분명히 공립 교육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사립학교인데 겉모습은 한국의 학원가에 있는 중소 규모 학원처럼 생겼다. 유학원에서는 보통 국제 학교라고 소개하는 이곳을 토론토 사람들은  크레디트 스쿨(credit school)이라고 부른다. 크레디트 스쿨은 학원의 역할도 한다.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특정 과목의 점수를 잘 못 받는다면 크레디트 스쿨에 가서 그 과목만 수강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수강한 점수가 그대로 교육청 공식 성적표에 기재된다.  학교에서 영어 성적이 안 좋다면 크레디트 스쿨에 가서 영어 학점만 받을 수 있다. 보통의 경우 크레디트 스쿨은 공립학교보다 점수를 후하게 준다. 


캐나다 대학교 입시는 99% 고등학교 내신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그러니 공립학교에서 성적을 잘 받지 못하는 과목만 크레디트 스쿨에 가서 점수를 올려 받는다면 당연히 대학교 입시에 유리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학원 강사가 평가한 성적으로 내신을 대신한다는 것인데 너도나도 다 같이 점수받기 유리한 학원으로 몰릴 테니 제도 자체가 용납이 안될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말이 많은 제도다. 그렇다고 당장에 없애거나 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이면에는 억지로 내신을 올려 명문대학에 입학해봐야 졸업을 못하면 말짱 헛일이라는 것을 아는 캐나다 인들이 크레디트 스쿨에 자녀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생은 이야기가 다르다.  토론토에만 해도 수십 개 이상의 크고 작은 크레디트 스쿨들이 있는데 대부분 중국, 인도, 중동, 남미 계열,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다양한 신흥 국가들의 유학생들이 크레디트 스쿨을 먹여 살리고 있다. 크레디트 스쿨의 사장이 중국인이면 중국 유학생이, 인도인이면 인도계 유학생이 많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크레디트 스쿨은 당연히 한국 유학생이 많다. 크레디트 스쿨은 단순히 한두 과목 보충하러 오는 학생도 환영하지만 전 과목을 수강하고 그 학교를 졸업하는 전일제 학생을 반긴다. 


크레디트 스쿨들은 한국의 유명 입시 학원들처럼 유명대학 입학 실적을 내세워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어떤 크레디트 스쿨은 토론토 대학교 입학 보장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유학생을 유치한다. 토론토 대학교는 세계 대학 순위 2~30위권에 올라있고 캐나다에서는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대학교나 중국의 유명 대학들보다 세계 대학 순위가 한참 높으니 대학교 순위에 큰 의미를 두는 유학생 부모들에게는 ‘먹히는 ‘ 학교다. 다만 대학 입학을 했다고 졸업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대학은  입학이 쉬워도 학점 받기가 만만치 않고 여차 하면 졸업도 못하고 학교에서 쫓겨 나는 일도 다반사다. 명성만 쫒아 명문대학교에 입학 한 유학생 중에는 유급을 거듭하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도 더러 있다. 대학 졸업을 못했으니 취업 비자도 못 받고 취업을 할 수 없으니 영주권 신청도 못한다. 그렇다고 크레디트 스쿨 졸업생이 모두 대학 성적이 형편없거나 졸업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실력과 적성에 맞는 학교에 입학해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도 많다. 


명성보다 실속을 따지는 아이들은 학비가 비싸거나 졸업하기 어려운 4년제 대학교보다 취업이 쉬운 칼리지를 졸업한 후 취업해서 영주권 신청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2015년 이후로 캐나다 영주권 취득 조건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른바 급행 이민(Express Entry)이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영주권 취득이 어려워졌다.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졸업했어도 필요한 만큼 영어 성적을 받지 못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급행 이민에 필요한 영어 점수가 턱없이 높다 보니 늦은 나이에 캐나다에 유학 와서 천신만고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겨우겨우 취업까지 성공했다 하더라도 영주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크레디트 스쿨 동기 동창들의 위기의 시대가 온 것이다. 영이가 우연히 얹혀 지내는 언니 오빠들은 비슷한 사연과 비슷한 난관 앞에 서 있는 크레디트 스쿨 동기동창 들이었다. 철없이 돈이나 쓰면서 한심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언니 오빠들도 나름대로 고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체류 비자다. 돈 들여 유학 와서 대학 졸업을 못하면  부모로부터 핀잔을 듣는 것은 둘째치고 비자 연장을 못해서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생활하다 보니 한국으로 돌아가서 적응하는 것도 두렵고 남자들에게는 당장 눈앞에 닥친 군대 영장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영이는 그런 언니 오빠들 틈에서 ‘귀한 영주권자’였다. 영이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영주권으로 오빠 하나쯤 구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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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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