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응봉산에서 개나리 축제가 열린다. 사흘 정도 하는 작은 축제인데 초등학교 꼬마 아이들이 와서 백일장을 하거나 이름 없는 가수들이 이름 모를 노래를 한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이 부담스러워 언제나 축제가 끝난 다음 산에 오른다.
축제가 끝난 자리는 늘 아름답게 외롭다. 흔적은 남았지만 사람은 없고 축제는 없지만 꽃은 남았다. 사람들이 있어 따스했던 자리와 새벽바람의 선선함이 만나 기분 좋은 온도를 만들어 낸다. 모든 것이 끝나 식어가는 것을 바라본다.
사실 이맘때 즈음이면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다만 피는 벚꽃보다 지는 개나리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벚꽃 보기 좋은 장소가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끄고 개나리 몇 송이를 뜯어 좋아하는 책 사이사이에 넣었다. 마르면 꽤 괜찮은 책갈피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축제는 끝났고 개나리는 점점 시들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