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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구공오 May 03. 2020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

제삼자로서의 부서진 심장은 자연스러운 거야.

‘There's no reason, there's no rhyme
아무런 이유도, 운율도 없어
I found myself blindsided by.
눈먼 나 자신을 발견했어.
What do you do with a broken heart?
부서진 심장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내가 즐겨 듣는 lany가수의 Malibu nights 노래 가사 일부이다. 그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감미로워 들었다고 하기보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들이 내 가슴을 더 후벼 팠다.  그 아픔이 쓰라리지만, 언젠가는 이 쓰라림을 받게 될 걸 알고 있었기에 계속 찾아 듣게 되었다. 저 노래 가사처럼 텅 비어 버린 나의 몸에 부서져 버린 심장을 안고 있는 사람. 그게 나인 거 같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또 들춰내야 하는 게 반갑지 않지만, 이 글 쓸 만큼은 내가 솔직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날 원하고 있어서 쓴다.




‘난 사랑에 결핍되었고, 또한 중독되어버렸다.’



참, 이상한 문장이다. 사랑에 결핍되었다는 것은 사랑을 한 번도 맛본 적은 없는데, 중독이 되어 다니. 하지만, 이 문장은 내 상태를 어떤 것보다도 더 직역해주고 있다. 내가 적어 놓고도, 손이 덜덜 떨리면서, 이 긴 서사를 어떻게 말해야 하나 큰 고민을 안게 되었다. 하지만, 명백히 말하자면, 이 글에서는 극복하는 과정은 없을 것이다. 그저, 내 생각과 마음을 풀어내는 것일 뿐. 그저 이 글을 읽는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나랑 같은 순간을 겪었을 때 이상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였구나 란 것을 알고 가길 바라는 마음뿐. 더 바랄 게 없다.




20살이 되니 나에게 사랑은 더 가볍게 다가왔다. 고등학교 때 끙끙 앓던 짝사랑이 나의 욕심으로 인해 흐지부지 되어 버리고, 흔히 어른들이 하는 ‘대학생이 되면, 연애는 끊임없이 할 거야. 만났다 헤어지고 그러는 게 사랑의 일부이지.’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니, 내게 현실에서의 사랑은 그저 가벼운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을 내게 더욱더 확실히 증명해주는 것이 설레는 사랑을 떠나보낸 친구와의 술자리의 말이었다. ‘나 이제 사랑 안 하고 살려고.’ 시작에 설레어 수줍어하던 소녀는 어디 갔는지, 사랑을 끝낸 뒤의 친구가 하는 말은 그저 자신이 했던 사랑이 부질없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했던 사랑이 가벼웠는지 혹은 무거웠는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시작도 안 떼 본 나에게 사랑이란 만화에서 볼 법한 사랑이 아닌 그저 인스턴트식의 사랑이었다.



만화나 영화 속에서의 사랑은 정말 애절하고, 여러 사람을 울리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정말 유치하고,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울리게 만든다. 난 그 후로부터 사랑이란 것에 흥미를 잃게 되었고, 나에게 잘해주거나 친절한 사람이 나타나면, 이 사람과 사랑을 해볼까 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무심코 하기 일쑤였다. 이게 나의 사랑에 대한 중독이었을 것이다. 그저 아무나 만나 정말 가벼운 이유로 사랑 시작해도 상관없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어차피 우리는 금방 서로에게 질려 헤어질 것이 뻔하니까. 그러니 잠깐 서로 그냥 흔히 남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 즐겨보자고.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생각만 했을 뿐 정말 아무나 만나서 짧은 사랑을 하고 다니진 않았다. 이미 외로움에 휩싸여 모든 것을 멀리 하여 텅 비어 버린 마음에 무엇이라도 채워 놓고 싶어 그랬던 것이었다. 이 결론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 끝없는 문제들을 고민하다가 내렸던 일부 이유였다. 그렇다고 이 결론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 또 본질적으로 내 어디가 고장 난 거야? 뭐가 부족한 거야? 라 물었을 때 나오는 답변은 바로 나의 대한 사랑이었다. 참 자존감, 자기애를 중요시하게 여기는 이 사회에 질려 진부한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 대한 사랑의 결핍으로 일어난 문제였다.



나 하나로 충족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결핍은 로맨스 만화, 영화들로 끝없는 환상과 자극을 채워 놓았고, 그 결핍들로 발생되어 버린 모든 것을 현실과 마주하였을 때는 내 텅 빈 마음은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 버리기 좋은 조건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도 많지만, 현실에서 더 충족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채워졌단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참, 바보 같았다. 난 학창 시절 때도 자존감이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자기 계발, 에세이 책을 찾아보며, 나 자신에게 도달하려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였지만, 나의 잘못 들여놓은 습관으로 인해 망쳐버렸다. 못된 습관은 바로 남의 기대하는 만큼 나 자신을 갈 구는 것이었다. 내가 저 기대치만큼 못 할 거 알면서도 그들이 나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면,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을까, 사랑이 떠나지 않을까 란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끝없이 갈구었다. 내 마음의 장벽이 얇아지고 부서지고 있다는 외침을 무시한 채로.




그 못된 습관은 20살이 되어서도 이어져 왔다. 교양 수업 때, 친구들이 나에게 항상 하는 ‘네가 또 1등이겠지.’, ‘넌 모범생이잖아.’ , ‘너라면 이런 거 안 할 거야.’라는 잔혹한 프레임에 가두는 말들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 수업 쉬는 시간 도중 그냥 짐을 싸고 수업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결석이 두려워 바로 공결서를 떼러 병원에 갔지만, 그때 알았다. 내가 너무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날 버리고 있는 습관이 아직도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또 끝없는 우울과 자기혐오에 빠졌었다. 심리 상담을 받아볼까 란 생각에 시도는 해봤지만, 전혀 도움이 되는 것이 없었다. 다들 자존감이 높아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또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발 좀 알려 달라고 애원했는 적도. 결국, 그저 상처 입은 것을 아무것도 치유 못 한 채로 1년이 지났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그 감정에서 조금 벗어난 지금의 내가 해결해준다는 뜻이었다.



지금의 나는 저 가사처럼 부서진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하면 치유될 거야.’라 할 수 있지만, 부서진 심장 조각이 당신을 찌를까 걱정되고, 또한 그 아픔을 견뎌 내지 못하고 날 떠날까 나에게 와도 밀어낼 뿐이다. 그래도 그때보다 조금 발전했던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난 사랑에 결핍되었고, 또한 중독되어버렸다,’란 이 괴상망측한 한 문장을 글에 녹여낸 것이 지금의 내 상태로부터 오는 쓰라림이 아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쓰라림이 익숙해져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기혐오와 우울에서 벗어나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고, 제삼자로서 나를 보며, ‘그냥, 인생에서 한 번쯤 겪는 방황이지.’ 란 말로 사랑의 결핍과 중독을 쓸어 담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갑자기 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만큼 높아지고,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하는 결과는 없다. 그저 이 방황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이었던 것이구나. 사랑 결핍과 중독이란 원인에서 나올 수 있었던 예상했던 결과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솔직히, 아직 상처를 치료하고 싶지도 않고, 꼭 상처가 덧나는 것은 없듯이 언젠가 아물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게 나에 대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의 자존감은 끊임없이 굴곡을 그리며 요동치고, 여전히 사랑의 반짝임은 찾지 못했지만, 혹여 먼 훗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담아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나에게 하였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운하지 않았으면. 난 글을 쓸 때 어떻게 하면 내 진심이 가볍지 않게 왜곡 없이 무사히 전달될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을 하는 것처럼, 당신의 진심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싶기 때문에. 서운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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