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ning (Learning) Moment 005
2016년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크루즈가 침몰하고 있던 날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타고 스포츠센터에 가던 너는
2차선에서 불법유턴하던 택시에 얼굴을 박고 그대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어
심지어 너는 대학교 졸업 직전 마지막 미식축구 경기에서 완파되었던 십자인대가
입사 연수 때 재활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굳어버린 채로
절름발이처럼 1년을 불편하게 걷다가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3개월의 휴직을 통해 극한의 재활과정을 마치고
이제 막 정상범위에 생활을 하려던 찰나였지
그렇게 두 번의 십자인대 수술과 3개월의 재활 후 복직한 지 한 달 만에
교통사고로 광대뼈가 으스러지고 다시 한 달을 병가로 쉬고 나서야
일하던 곳에 돌아올 수 있었고,
그제야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지
부모의 기대, 주위의 시선에 묻혀 제도권 안에서
가장 확률 높은 선택지를 향해 최선을 다했던 29년의 인생이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는 학벌과 회사의 경력을 갖게 해 주었지만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나날들과
앞으로의 암담한 미래를 직시하는 계기가 되었지
30살을 목도하기 직전에야 비로소 너의 인생의 첫 주체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지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도전할 용기를 내어봤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고 나서야 그날의 고민이
지금의 너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
인생의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이 없다면,
선택의 기로에서 머뭇거리기보다는
담대한 선택 뒤에 따르는 결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조차도 또 다른 시작과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지금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유지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