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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사유 Mar 09. 2024

마감일에 쓰는 글

살려주세요..

 1.     

요즘 글을 써야 하는데, 막상 잘 써지지 않아서 괴로울 때가 많다. 글쓰기도 체력이라는데 나는 아무래도 체력이 좋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편씩, 1500자 분량의 글을 쓰자고 다짐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위기가 찾아온 것 같다. 그래서 마감일인 오늘,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병원을 다녀오는 일이 즐거울 따름이었다. 내 마음의 날씨는 어떤지 궁금해지는 날이다.    


  

2.      

아무 걱정 없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지금이 좋다. 요즘, 글을 읽는 시간보다 글을 쓰는 시간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잘 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말을 되뇌어 보는 이다. 글이 작가만의 문장과 문장으로, 단어와 단어로, 글자와 글자로 이루어진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다. 나만의 시기와 시기로, 년과 년으로, 일과 일로, 순간과 순간으로 이루어진 결정체였으면 좋겠다. ‘덤으로 사는 인생’을 인생의 모토로 삼겠다고 정했을 때, 더 이상 ‘살아감’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마주할 것이고, 언젠가 끝날 인생이라면, 굳이 애쓰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다가 죽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3.      

요즘 김초엽, 김원영 작가의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장애에 관한 스테레오타입을 꼬집으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장애의 범주는 비장애의 범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비장애의 관점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것은 사회문제를 바라보기에 적합한 관점이 아니라는 점과 우리가 장애를 바라볼 때, 정상성의 관점에서 장애에 관해 이해하는데, 그들에게는 그 상태가 정상성에 가까운 상태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정상성은 차별주의에서 근거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장애를 볼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나 동정심에 관한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그들을 우리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배제시키면서 얻은 일종의 우월감이 아니었을까. 차별과 혐오를 굉장히 특이하거나 흔치 않은 일로 이야기하는데, 사실 차별과 혐오 같은 것들은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논리가 도대체 몇 명을 더 죽일지 조금은 절망감이 드는 요즘이다. 그러나 언제나 미래는 약자를 향해 온다고 믿어보는 요즘이다. 다들 잘살고 있는 건지, 너무 아프진 않은 건지 눈을 감고 기도해 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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