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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사유 Feb 17. 2024

미움에 대하여

살아가다 보면 더러 미워지는 사람이 있다. 미워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그냥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태생이 잘못된 것 같아서 미워지게 된다. 스텔라 장의 “villain”이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I'm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아주 못 돼먹은 작은 악마 같은 나인걸 몰라

You're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미처 몰랐던 악마가 네 안에 숨 쉬고 있어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나의 빌런인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빌런일 수 있다. 영원한 빌런도 영원한 히어로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을 막 대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미치도록 미워했던 사람이 이해가 되는 시점이 있고, 좋아했던 사람이 미치도록 미워지는 시점이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싫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감정이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다 잘해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막대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이다.      



때로는, 우리가 싫어했던 사람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얻어가기도 한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사실은 자신의 결핍을 닮아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된 적이 있었다. 그 사람과 나는 상극이라고 생각하며 늘 엇나가는 톱니바퀴에 맞물리는 구석 하나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자면, 내가 그 사람을 싫어했던 이유가 이 때문에 더 싫어했던 것 같다.      



인생의 전체로 보면, 매시기마다 싫어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까 그 사람들로부터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몸소 배웠다. 그래서 조금 어렵지만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껏 싫어하고, 미워하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고 조금 더 성숙해지는 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면서 맞다고 생각했는데, 또 머리에 “아니 그래도 그때는 그 사람이 잘못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내다 보면 불현듯 떠오르겠지. 조금 더 사랑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하고, 덜 화내는 한 해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그래도 싫어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되면, 남몰래 조용히 읊조려야겠지.     



“유병장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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