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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사유 Feb 10. 2024

사랑에 관하여

나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이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건 없는데. 전 여자친구가 그랬고, 존경했던 스승님이 그랬고, 내게 무조건적 사랑이 무엇인지 일러주었던 은인들이 그랬다.     



모든 것은 결국 변한다. 모종의 이유로 이별하거나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랑이 지나고 난 자리에서 다시 사랑을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과 같은 일임을 깨닫는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남을 사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올바른 사랑이 아닐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존재들이 나를 사랑했던 방식은 항상 자신을 보듯이 남을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랑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랑은 힘이 세다. 사랑은 길게 남아 향기를 남긴다. 이러한 점에서 사랑은 인생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올바른지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한다.  


   

내게 사랑은 기다림과도 비슷한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넘어가 주는 일, 내게 실수를 해도 한 번 기다려주는 일, 힘들어 보이는 길을 택할 때도 묵묵히 기다려주는 일. 나는 항상 기다리면서 사랑한다.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즐겁다.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면 즐겁다. 할 일을 하다 문득 생각난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질 때면, 그저 기다릴 뿐이다. 사랑은 붙잡는 일이 아니라 놓아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흘러가게 지켜보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떠나가지 말라고 붙잡고, 묶어두는 일은 그저 낚시꾼의 마음이 아닐까.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든 모습에서든 그 본질 만으로도 사랑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글로는 이렇게 번지르르하게 쓰지만, 나는 늘 실수를 하고 또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게 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존재한다는 말을 또 나도 모르게 믿고 있다. 과학적으로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사랑하고 싶다.     



나는 가끔 마음에 김이 서린다. 유리를 닦아내려 방 불을 끄고 커튼을 치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는 유튜브에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한다. 그리고 첫 문장을 툭 던져내 본다.     



오늘도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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