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날 구원해 주는 이 없이 외로운 날이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일까 고민하다 이것도 하늘의 뜻이겠거니 신명을 받들다가 신을 조롱하고 모욕하다가 내 존재에 본질을 깨닫는다. 한순간의 존재. 나는 그런 존재이다. 원자로 모였다가 또 원자로 흩어지는 나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
살아간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짐이었고 부담이었는지를 이미 떠나간 영혼들에게서 느낀다. 나보고 행복하라던 많은 이들이 결국 내 곁을 떠났고, 아무도 남지 않을 그 순간을 기다려본다. 그곳이 무엇이 되었건,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착각일까. 내게 소중한 것이 없고, 좋아하던 것이 없으니 미련도 없다. 미련은 사치다.
사실 미련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있었던 사람에게 있던 것이 아니던가. 나는 수중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남은 것이 없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기억한다. 나는 제일 무서운 사람인가. 아니 그냥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무섭다는 것이 이런 뜻이 아닌가. 여러 생각이 지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