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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해성 Jun 01. 2024

20240601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나름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내 삶은 특별하지도, 잘나지도 않았지만 기적으로 행해져 왔다. 모든 삶은 끝이 있고, 모두가 그 결말을 모른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끝을 맞이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불행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삶은 그런 것이다. 나쁜 상태인데, 본인은 그것을 평범한 상태로 여기는 중인 그 자기 합리화의 과정. 아니, 어쩌면 자기혐오의 과정.     



몇 년 전 한 옥상의 난간에서 혼자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던 강물에 돛단배를 놓아주자던 결심이 무색하게 떠내려가는 돛단배를 쫓아 뛰어 강 하류로 가는 삶. 그런 삶을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줄 몰랐는데, 나만 그랬던 그런 허무함.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유서.      



그래, 이 글은 유서였던 거야. 팔에 새긴 줄 만큼 글의 줄도 늘어가, 글을 잘 쓸수록, 나의 죽음의 시간도 당겨져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끝없는 유서의 줄 속에 주저앉아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또 그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는 나의 마음들이 미워서.      



이런 글에도 거짓말을 쓰면 나는 정말 거짓된 사람이겠지? 일기 같은 유서에도 거짓을 고하는 사람이 무슨 종교를 믿는다고 욕하다가 또 가장 늦게 고개를 쳐드는 가장 절박한 사람이 되어서(이소호 시인의 “홈 스위트 홈”에서 영감을 받음) 빌고 또 빌다가 바닥에 누워 대자로 뻗어 잠이나 자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삶도 나쁘지 않은가? 이제 그만해야지. 꿈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거야. 그래도 될까? 그럼. 너의 자리로 찾아가.      



“우리 같이 자살할까?”     

“그래.”     


하지 못했던 그날의 말을 되뇌며 또 옥상 난간에 매달려서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가. 이런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워서 또 몸서리치다가 그냥 내버리고 마는 그런 하루. 누군가의 죽음이자 또 누군가의 탄생이자 누군가의 기쁨, 슬픔, 절망, 행복인 그런 날. 이런 내게 누군가 괜찮냐고 한번 물어봤으면 좋겠는 그런 밤.           



오늘 밤은 유독 춥고 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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