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호흡을 찾겠다고 다짐한 게 벌써 8개월이나 지났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내게 자그마한 알약이 생겼고, 책장에는 언제 읽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이 더 쌓였고, 노트북에는 아직 게시하지 않은 글들이 잠들어 있다.
글을 쓰는 것은 내게 늘 어려운 일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어디 가서 잘난 척하고 싶고, 잘 사는 척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글에서는 그런 허세 같은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려고 치면, 글이 내게 꾸지람을 놓듯, 더 이상 쓸 말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또 숨을 ‘후’하고 불어 내고 나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명상을 한동안 안 하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자꾸 이런저런 생각들이 숨을 타고 들어온다. 그러면 나는 또 그 생각들과 함께 흐르다가 이윽고 생각을 잡아 집중을 흐린다. 숨을 들이쉬고 내 쉬는 것이 이리도 힘들 일인가 싶지만, 사실 항상 어려워했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 창문 밖으로 어떤 아저씨가 빨래를 널고 있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이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저씨도 빨래를 보며 춤을 춘다. 매주 이 시간에 볼 수 있는 나만의 공연이다. 나는 아저씨를 보면서 항상 주말 이 시간쯤임을 체감한다. 가끔은 장마철 내리는 비에 아저씨가 빨래를 널지 않을 때면, 아무도 없는 그 집 옥상을 쳐다보고 있는다. 아저씨는 집 안에서 춤을 추고 있을까?
요즘 날이 많이 선선해진 것 같다. 말복이 왔다. 덥디 덥던, 여름이 지나간다는 뜻이고, 곧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온다는 것이다. 시간이 너무 빠른 것만 같아, 조급해진다. 이러다가 또 나만의 숨 쉬는 법을 잃어버리겠지. 마음을 다독이는 요즘이다.
명상을 할 때나 글을 쓸 때나 항상 생각하는 것은 ‘나는 나를 잘 모른다.’라는 것이다. 내가 어떨 때 좋은지, 싫은지 잘 모르고 숨을 어떻게 쉬는지, 눈을 깜빡이는 방식은 어떤지 잘 모른다. 그저 자연스럽게 흐르는 중이다. 나는 사람이 사는 일에도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것인 것처럼 보였던 것이 알고 보면, 내 것이 아니고,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알고 보면 내 것이었던 그런 묘한 것들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