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간간히 소개하긴 하지만, 어디 그럴싸 한데 등단한 것도 아니고 어느 공간에 글을 계속 쓰는 사람이 아닌 관계로 그냥 일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을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그럴싸하게 포장할 뿐이었다.
글을 쓰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이 되었지만, 나는 사람은 모두나 기록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나는 자살을 하는 사람이 유서를 남기듯이 글을 쓴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말을 하고 죽어야겠다 싶은 말들을 참고 참다가 손 끝으로 눌러낸다.
내 삶에 글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선물이다. 살기 싫은 날에도 글은 읽었고, 죽음을 결심한 날에도 그 이유와 내용을 상세하게 글로 적어 내려갔다. 나는 이름 석자의 활자로 태어나 글로 살아가는 중이다.
글을 좋아하면서 관종 기질도 있어 내 일기를 모두가 봐주어줬으면 좋겠고 내 유서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러려면 일단 글을 잘 써야 하지만 한계에 부딪칠때가 많다.
나에 관한 글을 쓸 때 나는 글에 거짓말을 넣지 못한다. 실제로도 거짓말을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거짓말을 섞으면 글이 나에게 꾸지람을 놓듯 더 이상 진행되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글은 무척이나 솔직하여야 하고, 숨김이 없어야 하며, 찌질한 어떠한 것이다. 그래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글을 쓰고 한 편을 완성시키고 나면, 그 모든 것들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조금은 사랑하게 되는 구석도 있다. 글쓰기는 꾸준하여야 하고, 연속적이여야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