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엄마의 노고를 몸소 알게 된다. 혼자 살기 전까지는 화장실 청소 방법도 몰랐고 해야 하는 줄도 몰랐다. 혼자 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가 놀러 왔다. 화장실 좀 쓰겠다며 들어가자마자 충격을 안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사 이후로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았고 변기부터 화장실 구석구석 분홍색 곰팡이들이 안착해 있었다. 화장실은 결코 자동으로 깨끗해진 게 아니었구나 하며 내가 티비를 보는 동안 화장실에서 청소하고 있었을 엄마를 떠올렸다.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배운 건 휴학하고 제주살이를 했을 때이다. 제주 한달살이가 붐을 일으키기 시작할 때 나도 제주도로 내려갔다. 한 달 여행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스텝이다. 정해진 근무 일 외에 쉬는 날에는 제주도 여행을 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제주살이의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도 몸만 제주일 뿐, 결국 일은 일이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해준 순간이 왔다. 내가 지내는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업무는 객실 청소였다. 청결을 중요시하는 곳이기 때문에 어디 하나 서투르게 청소해서는 안 됐다. 처음엔 이 정도까지 깨끗하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청결하고 깨끗해진 숙소에서 머무는 손님들을 보니 점점 납득이 되었다. 또, 내가 여행을 다니며 숙소를 잡아보니 청소에 덜 신경 쓴 곳은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기 힘들었다. 그 덕에 나는 청소의 중요성과 그동안 몰랐던 청소 기술을 배우게 되었고 특히 화장실 청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곳보다 화장실 청소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악취가 가장 쉽게 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수구나 변기뿐만 아니라 화장실의 모든 오염인 ‘물때’에서도 악취가 날 수 있다. 제때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방 더러워지고 방 안까지 냄새가 퍼질 수 있다. 세면기 쪽을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곳엔 분홍 곰팡이들이 이미 입주했을지도 모른다. 화장실 청소의 공략법은 무조건 ‘틈’을 찾으면 된다. 세면대 하수구 입구 부분이나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를 잘 살펴보면 그동안 눈속임을 했던 곰팡이들이 있을 것이다. 화장실 청소도구는 흔히 알고 있는 청소 솔이 있지만 구석구석 청소하기엔 칫솔이 제격이다. 청소용 세제나 치약을 이용해서 구석구석 닦아주면 금방 깨끗해진다. 바닥도 예외는 아니다. 물에 모든 오염이 씻겨 내려갈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가정용 스퀴지로 샤워 후 물기를 제거해 주는 게 좋다.
화장실 청소는 매일 틈틈이 하는 게 좋지만, 매번 청소에 매진할 수는 없으니 일주일에 한 번 날을 잡고 하는 편이다. 라디오나 음악을 틀어 놓고 청소하다 보면 잡생각이 오히려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원룸 화장실은 아주아주 좁기 때문에 금방 끝난다.
세상에 저절로 깨끗해지는 공간은 없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손길이 모두 필요하다. 잘 보이지 않을수록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물론 오늘 나도 청소를 미루고 딴청을 피우고 있지만, 분홍 곰팡이들이 오시기 전에 얼른 움직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