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전 책임사회]
[안전 책임사회]라는 글을 기획하면서 겉으로만 드러난 재난의 원인에 대해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단편적인 처방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우리 삶 전반에 만연해 있는 비현실적이고 형식적인 말뿐인 안전의 개념을 실천이 동반된 수준으로 그 개념을 확립하고 설령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안전 시스템이 연속성을 타협받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 해로 28년 차 소방관이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으며 그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허망한 말인지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또 원망했었다.
세월호 참사, 그리고 이태원 참사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는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활 속에서 안전을 실천하고 무엇이 위험한지에 대해 함께 연구하며, 또 우리 주변의 위험 요인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서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부 또한 정책적 방향제시와 속도감 있는 실행이 선행되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지나친 관료의식과 보신문화로 인해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
말뿐인 안전, 매뉴얼 속의 문자로써만 존재하는 안전은 역설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보다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무수히 많은 참사를 통해 배웠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바는 결코 아니지만 왜 우리는 미리 지켜줄 수 없었을까? 그래서 애초에 미안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왜 우리는 더 노력하지 못했을까?
세상의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죽음은 이제 우리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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