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전 책임사회]
최근 소방청은 올해 5월 16일부터 장애인 소방안전교육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장애인 복지시설에 거주하거나 또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는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유자시설 등 화재취약시설을 대상으로 불시에 소방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고 건물 관계자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소방관이 직접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강화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정착되기까지 일정 부분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지속적으로 그 효과를 모니터링하고 미비한 점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상당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대형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특히 재난약자들의 피해가 많았다. 재난약자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자력으로 대피가 어려운 사람으로 보통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재난의 양상이 한층 복잡해지고 그 규모가 커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재난약자의 범주를 더 확장해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재난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이나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사람들 또한 재난약자에 해당된다.
한 번쯤 한국어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사고를 당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재난관리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고 있는가?
또한 병원 중환자실, 요양원, 그리고 산후조리원 등에서 화재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움직임이 용이하지 않은 사람들의 대피동선은 안전하게 확보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 산모, 신생아 등이 3층 이상에 머무를 경우 안전하게 지상으로 대피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선생님의 손을 놓지 않고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마련되어 있는가? 만약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재난약자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개인의 대응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더 필요한 것은 정부와 기관들이 사전에 재난을 예방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계획해서 실행하는 일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해결되지 않은 위험요인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재난은 항상 나와 상관없는 일일 거라는 어리석은 믿음으로 우리는 스스로 눈을 가리고 손과 발을 묶고 있다.
과연 누가 재난약자인가?
#주한미공군오산기지소방서 #이건소방검열관 #이건소방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