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인공위성입니까?

[2023 안전 책임사회]

by 이건

지난해 1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법률이다.


그동안 실무자에게만 집중되었던 처벌범위를 높여 중대한 과실이나 직무상 태만이 있었다면 공공기관의 장이나 대표이사 등에게도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법의 취지가 단순히 처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최고 책임자가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우선적으로 챙겨보라는 것일 텐데 자신의 신분을 미등기이사로 전환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니 실망스럽다.


보통 회사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사 또는 석사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가 아닌 우리 삶의 현장에서의 진짜 안전을 학습하는 데에만 최소 2~3년은 소요된다.


어느 정도 업무가 파악되었어도 이들의 경력이 다른 임직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권한 또한 크지 않아 현장에서 견고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과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고 가정해도 결국 시스템과 매뉴얼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전문성, 의지, 기타 안전을 집행할 수 있는 예산과 권한 등 제반 상황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 된다.


그래서 어느 한 기관이나 회사의 안전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경영 책임자를 비롯해 임원, 중간 간부들의 적극적 개입과 중재가 요구되는 것이다.


요즘 MZ세대에서 하는 말 중에 인공위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인공위성은 월급은 많이 받는데 일은 하지 않고 마치 인공위성처럼 회사 내부를 빙빙 도는 사람을 비꼬아서 하는 말이다.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직원이나 주임, 대리와 같이 상대적으로 경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안전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시스템을 맡기면서도 적절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최소한의 안전만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회사가 존재해야만 비로소 근로자들의 안전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대표이사들이 회사를 존립시키기 위해 때로는 위험요소와 타협하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더 큰 기업을 만들겠다는 욕망과 욕심으로 인해 결국 회사가 사라지는 경우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도한 바 있다.


안전을 어느 수준까지 고려해야 할지는 여전히 최고 경영자의 몫이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은 내가 오늘 안전하다고 해서 내일도 안전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은 네버 앤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다. 결국 선택이 아닌 필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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