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Day 2
프놈펜에 온 이후 매일 저녁 다른 나라 도핑검사관들과 맥주 미팅을 하고 있다. 사실 말이 미팅이지 그냥 서로가 사는 이야기며 도핑검사를 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다.
첫째 날은 일본에서 온 부부 도핑검사관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둘째 날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베트남 도핑검사관과 함께 잔을 기울였다. 그는 수년 전 한국의 장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명실공히 베트남 도핑방지위원회의 넘버 쓰리다.
도핑검사 일을 하다 보면 대체로 대기시간이 긴 편이다.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여러 가지 정보도 주고받는데 때로는 이런 시간이 도핑검사 자체보다 더 유익할 때가 있다.
하지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못하다. 보통은 경기 시작 한두 시간 전에 도착해서 그날의 임무수행을 위한 미션을 확인하고, 검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선수의 이동동선도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면 도핑관리실 인원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비로소 경기가 시작되면 모든 신경을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자칫 한 눈을 팔기라도 하면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검사대상 선수가 경기 전에 기권을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혹은 경기 중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후송될 수도 있다. 간혹 쌍둥이 선수라도 출전하는 날엔 선수를 잘못 데려올 수도 있으니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렇게 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본부에 들러 보고서와 시료를 제출하고 나면 대개는 늦은 저녁이다. 누구나 외국에 나오면 왠지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 생겼으면 하고 기대하지 않나?
그냥 호텔방에만 있기엔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호텔 로비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함께 하루를 복기해 줄 다른 검사관을 헌팅하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검사관 Linda와 함께 조깅을 하기로 했다. 이제 캄보디아에서의 민간 외교 일정은 13일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