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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못하면 인생은 어렵다!

[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Day 3

by 이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영어로 일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각자의 영어실력이 달라 표현에 한계도 있는 데다가 상황을 이해하는 문화도 서로 다르다 보니 당연한 것들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


대회가 하루 이틀 진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뜨거운 태양아래서 소프트 테니스(Soft Tennis) 종목 도핑검사를 마치고 온 태국 도핑검사관이 씩씩대며 저녁식사 테이블에 맥주를 들고 왔다.


얼굴은 벌겋게 그을렸고 뭔가 속상한 일이 있었는지 표정은 굳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본 검사관과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녀의 말에 끄덕이며 공감해 주는 것뿐이다.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한 불편한 일들은 필연적으로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또다시 분노와 미움을 불러온다.


사실 이런 일들이 생기면 더 늦기 전에 빨리 용기를 내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내용을 영어로 전달해야 하는 일은 시간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가중시키다 보니 차라리 말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더 어려운 것은 상대방이 내 영어를 혹은 말의 의미를 전혀 알아듣지 못할 때다. 내가 문제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문제인지 혼란스럽다.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는 캄보디아 도핑방지위원회의 업무 스타일은 때때로 이해하기 어렵다. 자원봉사자였던 사람이 불쑥 도핑검사 총괄 매니저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가 하면, 불과 이틀 교육을 받고 투입된 도핑검사관이 상당수에 이른다.


인력이 없으니 외국에서 온 우리들이 이 업무를 해주면 좋겠다고 해 놓고는 갑자기 말도 없이 20명을 데려와 해당 업무를 시키니 이게 어디서부터 소통의 문제가 생긴 것인지도 알 길이 없다.


갑자기 며칠 전 캄보디아에서 보내온 업무 매뉴얼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캄보디아 도핑검사관에게는 절대로 화를 내지 말고 왜 그런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이며 자기 나라의 원칙을 강요하지도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이곳저곳에서 수년간 자원봉사를 해 본 경험 덕분에 먼저 웃어주고, 가벼운 농담으로 관계의 다리를 놓고 또 어지간한 일은 누구를 시키지 않고 직접 하다 보니 이곳 사람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소통, 쉽고도 어려운 말.

그것이 힘들어 인생도 힘든 사람들을 주변에서 참 많이 보았다. 처음부터 소통을 세련되게 잘할 수 없다면 먼저 웃어주고 먼저 일하면 된다. 그러면 소통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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