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Day 4
이른 아침 프놈펜 강변을 조깅하다 익숙지 않은 광경을 목격했다. 이제 막 잠에서 깬 듯 졸린 얼굴의 한 가족은 어젯밤 길에서 잠을 잔 것처럼 행색이 초라하다.
또 다른 한 곳에는 보호자도 없이 아주 작은 아이가 도로에 혼자 누워 젖병을 빨고 있다. 아이 바로 옆에는 주인 없는 오토바이 한 대가 위태롭게 서 있고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도 아이의 안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도로에 대기 중인 수십대의 오토바이 '툭툭(TUC TUC)' 기사들은 연신 어디를 가냐며 나를 불러대고 무더위에 지친 개들은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져 있다.
어제 아침에는 호텔 앞에서 승복을 입은 미국 스님과 몇 마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는데 무슨 연유로 이곳 캄보디아에서 승려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혹시 결례가 될까 싶어 물어보지 않았다.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무덥고 습한 날씨는 나를 노곤하게 만든다. 프놈펜에 온 지 이제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총명함마저 잃어버린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곳 프놈펜에서의 생활이 불만족스러운 것은 결코 아니다. 매일 경기장으로 출근해서 깨끗한 스포츠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름 기여하고 있으며 더 의미 있는 것은 캄보디아 도핑검사관들에게 내 경험과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확실히 하루하루 그들의 검사 역량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그동안 도핑검사를 위해 평창, 도쿄, 베이징, 하노이, 그리고 프놈펜에서 짧은 시간을 살았다.
잠깐 본 것만으로 감히 그 도시를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 어설프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받아준 이 도시에 감사한 마음으로 필요한 시간만큼 잠시 머물다 떠나면 그만이다.
다만 그들의 조화로운 삶의 균형이 나로 인해 깨지지 않도록 매일 두 손 모아 이해를 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