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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N잡러의 꿈

[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Day 6

by 이건

어제까지 무술 종목에서 5일을 일했고 오늘은 쉬는 날이다. 외국에 나와도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하고 수영장에 사람 없을 때를 노려 혼자서 황제 수영이란 것도 해 본다.


본업이 소방관이므로 틈틈이 프놈펜의 여러 소방시설까지 사진기에 이미 담아두었으니 이번 출장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미션은 아내가 보내준 쇼핑목록에 맞게 장을 보는 일인데 어쩌면 이번 출장에서 제일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괜히 물건을 잘못 사거나 빠뜨린 물품이라도 생긴다면 여기서 아무리 잘해도 결국은 어리바리하다고 혼이 날 것이 뻔하다.


한국에서 내가 하는 일은 3개. 그러니까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소방검열관, 외래강사 그리고 도핑검사관, 이렇게 모두 세 개다. 올 해는 스포츠안전재단 일까지 하나 더 늘었다.


혹자는 돈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같은 성격의 일과 경험을 확장해 늘리는 것에 집착한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만약 세 가지의 역할을 모두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두 개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외국 출장은 곧 나에게 휴식이자 휴가가 된다. 어차피 외국에 나와 있어서 다른 일들은 할 수가 없으니 출장의 목적에 맞는 일만 하는 것은 수월한 편이다.


N잡러. 내 주변에도 그렇게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제법 계셔서 그렇게 낯선 용어는 아니다.


돌이켜보면 나의 N잡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레스토랑 홀 매니저, 비디오 촬영기사, 일식당 주방보조, 주유원, 학원강사, 개인과외 등등 몇 가지가 된다. 하지만 내 본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보니 결국 일이 되어 버렸고 지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2009년 다른 일들을 모두 접고 오로지 소방 관련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데만 매진한 덕분에 강의 요청도 제법 받았고 현재의 소방서에서도 좋은 일이 많았다.


하루를 세 개로 쪼개어 살지만 결국은 하나로 연결되게 만든 전략의 성공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깔을 닮고 싶은 소방관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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