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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Chapter 2: 협업의 열쇠

[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Day 7

by 이건

오늘 프놈펜의 아침 기온은 28도이며 조금 흐린 하늘로 시작됐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미리 친절하게 신호를 보내주나 보다. 프놈펜에서의 날들을 더 오래 기억에 담고 싶은 마음에 아침부터 거리 이곳저곳을 달린다.


프놈펜에서의 일주일이 벌써 지나고 또 다른 한주가 시작됐다. 이제 곧 한국으로 복귀해야 한다니 기분이 묘하다. 아마도 캄보디아의 뜨거운 매력에 마음까지 그을린 모양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프놈펜. 그 도시 안에서 나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나라와 언어 그리고 피부 색깔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엊그제 인도네시아 전통무술인 펜칵실랏(Pencak Silat) 결승전에서는 경기결과에 불만을 품은 베트남의 단체행동이 집단폭행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모든 경비원들이 심판이 있는 단상을 둘러싸고 흥분한 사람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2개의 금메달을 주는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됐다.


오늘부터는 우슈, 태권도 그리고 킥복싱 경기에서 도핑관리 업무를 위해 투입된다. 부디 큰 충돌 없이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 초대를 받은 34명의 국제 도핑검사관들의 역할은 현지 검사관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번 교육을 통해서 향후 다른 대회를 치를 때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캄보디아 도핑검사관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라고 있다. 우선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기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한번 본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경기장이 다 원만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이슈들로 앞에서 혹은 뒤에서 여러 말들이 오고 간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프놈펜에서 보내온 도핑검사 매뉴얼에 보면 절대로 자국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강요하지 말 것이며, 혹시 현지 검사관의 업무상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왜 그런지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 달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몇몇 국제 도핑검사관들이 매뉴얼과 자기 역할을 망각한 채 넘지 말아야 할 예의의 선을 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캄보디아 도핑검사관들이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3일 동안 교육을 받고 이번 대회에 투입되었다고는 하나 도핑관리 업무를 완전히 숙달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분명 우리에게도 그런 서투른 순간들이 존재했을 것인데 시간은 그 기억을 지워버리고 성숙하지 못한 마음은 누군가의 서투름에 대해 절대로 관대해서는 안된다며 우리를 몰아간다.


협업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소통하려는 진행형이다. 그리고 협업이라는 자물쇠를 잘 열 수 있는 열쇠는 <겸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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