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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처음부터 잘하는 줄 알았다.

완벽에 다다르는 길 

by Director JI Feb 15. 2025

소목장 3편. '전주장' 정면(복판)에 들어가는 무늬(상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벼락 맞아 용이 꿈틀거리는듯한 문양의 '용목' 중앙을 두 가지 모양으로 파낸다. 


하나는 '囍'(쌍희), 가정의 기쁨을 기원하는 의미로 새겨 넣고 하나는 천지인을 상징하는 삼태극 무늬가 들어가 있다. 아마 그 당시의 사상을 담으려는 것 같다. 전주장에 들어가는 상감이며 장식들은 대부분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데 실용적인 가구를 넘어 집안의 보물정도로 대접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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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장 복판에 들어가는 상감

나무를 파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문양을 새겨 넣는 일. 그 과정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과정을 대하는 자세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여러 번의 시도에도 조금씩 아귀가 틀려서 들어가지 않았는데 그때 장인은 더 자세히 관찰하고 조금씩 모양을 맞춰나갔다. 으레 장인이라 하면 단번에 짝.짝. 짠! 하고 들어맞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장인에게도 이 작업은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순간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처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계획을 짜고 소통을 해도 현장에서 변수는 항상 생긴다. 소통이 안돼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나의 부족함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것에 자책한 적이 있다. 반면 선생님은 전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안 맞는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조금씩 줄로 갈아내고 끼워보면서 정확히 들어맞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어린아이가 레고를 하는 듯 즐겁기까지 한 모습이다. 아차! 완벽에 대한 나의 생각이 잘못됐었구나.

완벽이란 도달하는 것이구나. 


이번 화는 상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태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다. 조금씩 완벽에 도달해 가는 장인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었다. '나의 이야기는 완벽한가?'라는 치열한 자체검열 속에서도 어느 때에는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할 때가 있다. 나도 다시 마음에 새겨야겠다. 레고 하는 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Bonus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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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늘 소년 같다.


소목장 제3화 천지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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